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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전기차 전환 날갯짓에…日부품업체들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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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3만개 들어가는 내연차 가고 전기차 시대 온다

"전기차에 필요한 건 배터리·운전대·의자·바퀴가 끝"

전기차 전환 이뤄지면 日서 일자리 30만개 사라져

이데일리

내연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보통 3만개에 달한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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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시즈오카현의 최대 해안도시 하마마쓰는 ‘오토바이의 도시’로 불린다. 전설적인 오토바이 제조업체 야마하와 혼다, 스즈키를 배출한 곳이 하마마쓰라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폭풍 성장한 하마마쓰의 주력 상품이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바뀌고 70년간 70년간 자동차 흡기밸브 개발 외길을 걸어온 회사가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후지오젝스다. 흡기밸브는 엔진 실린더로 들락날락하는 가스의 흐름을 제어하는 부품으로 내연차의 필수품이다. 가볍고 내열성이 좋은 구리를 재료로 후지오젝스는 수십년간 축적한 기술을 사용해 흡기밸브를 만들고 있다.

문제는 흡기밸브가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부품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가 ‘탄소제로’의 일환으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일본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부품 업체들이 전기차 시대에 살아남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만 3만개에 달하는데, 이보다 훨씬 부품이 적게 쓰이는 전기차의 시대가 오면 부품업체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차보다 부품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특징이 있다. 엔진 실린더나 연료 공급, 분사, 점화장치는 물론 머플러 등 배기가스 관련 장치 등 내연차에는 핵심적 요소들이 전기차에는 필요 없다. 업계에선 “전기차에 필요한 건 배터리와 운전대, 의자, 그리고 바퀴가 전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쓰지모토 사토시(63) 후지오젝스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며 “생존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10년 안에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이 그의 주 고객이지만 안심하다가는 업계에서 도태될 것이란 우려다.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했다. 혼다는 2040년 이후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며 협력업체들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전기차 개발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조차 2025년까지 15개 차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면서 새 전기차 브랜드인 ‘도요타 비지’ 출시 계획을 내놨다.

자동차 부문이 전기차로 전면 전환하면 일본에서 30만개 일자리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업계 전체 일자리의 10%에 해당한다. 미국에선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면 7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이로 인한 구조적 실업이 예견됐지만 현상 유지에 급급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미래에 대비할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시즈오카 당국은 지난 2018년 차세대 자동차 연구소를 설립해 부품업체들이 내연기관 부품에서 전기차 부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제산업성도 이들이 변화하는 기술 흐름에 발맞출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 제조업체들은 도요타 등 대기업을 상대로 마진을 낮춰 공급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어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즈오카에서 자동차 조립과 검사용 장비 기업을 운영하는 스즈키 마사카츠(56)는 “어떤 조처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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