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입술= 저자는 시적 대상과 격의 없다. 달래고 놀다가도 짐짓 나 몰라라 한다. 전 생애를 다 바치려는 듯 공손해지기도 한다. 불화하는 모든 것들과 내밀하게 사귄다. 무언가를 관통하려는 결연함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언어의 총이 가슴에 콕콕 박힌다. 때론 슬프게, 때론 아프게, 때론 능청스럽게…. 직설에 내재한 아름답고 치명적인 독이다.
"오빠들은 죽순처럼 쑥쑥 자라 도시로 떠나고/어느 겨울 미어터진 하늘에서 큰 눈이 쏟아져/참새들이 살던 초가집이 무너지고/참새도 참새 집도 없는 기억 속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상처도 함께 살면 제 살처럼 정이 드는 법/한 움큼 겨울 햇살이 새털처럼 포근한 날/오늘은 울음을 참던 고 작은 계집아이나 데리고 앉아/우는 법이나 가르쳐야겠다/울음은 참는 게 아니라고, 착한 아이도 우는 거라고."
(이화은 지음/파란시선)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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