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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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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野4강 컷오프 여론조사 ‘수싸움'...정말 문항따라 결과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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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뽑는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을 놓고 대권주자 4인의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후보 결정에 50% 비중으로 반영되는 여론조사 문항에 따라서 경선 결과가 달라질지 여론조사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사지선다형보다 가상 양자대결이 후보 간 차이를 좁혀 나머지 절반의 비중인 당원투표 결과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어떻게 물어도 1, 2위 후보 간 박빙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 윤·원 양자대결 vs 홍·유 사지선다

이번주부터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대리인들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본격적인 여론조사 문항 조율에 돌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에서는 '양자대결'을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윤석열·원희룡·홍준표 후보의 이름을 각각 질문에 넣어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 국민의힘 후보가 대결한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네 차례에 걸쳐 묻는 방식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양자대결 방식이 역선택을 거르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본다.

반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사지선다형'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이재명 후보와 맞설 국민의힘 후보로 다음 중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한번에 물어보는 것이다. 후보 네 명의 이름이 보기로 주어진다.

정장수 홍준표 예비캠프 총무본부장은 전화통화에서 "통계학자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양자 가상대결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 적이 없다"며 "이 지사의 지지율이 후보마다 다르게 나올 것이기 때문에 기준점 없는 조사고 격차를 어떻게 지수화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2. 문항 갈등 원조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문항을 갖고 치열한 다툼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선후보가 단일화 방법을 두고 막판까지 갈등을 빚으며 파국 위기까지 가기도 했다. 노 후보는 '어느 후보를 선호하느냐'고 묻는 적합도 조사를, 정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맞붙어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고 묻는 경쟁력 문구를 주장했다.

결국 최종 문구는 '이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 노무현,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절충안으로 합의됐다. 정 후보의 주장이 크게 반영됐지만 승리는 노 후보가 가져갔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적합도와 경쟁력 문구를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문 후보는 적합도를, 안 후보는 경쟁력을 묻는 문구를 주장했다.

최근에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단일화 경선을 하면서 여론조사 문구를 놓고 막판까지 기싸움을 벌였다.


3. 문항에 따른 유불리, 있다 vs 없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캠프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로 유의미한지는 전문가들마다 달리 해석한다. 통상적으로 진영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적합도 조사를 선호한다고 보지만 상황에 따라 문항에 따른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다른 것은 확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배 위원은 "양자 가상대결은 사지선다에 비해 후보 간 큰 변별력이 없다"며 "이 지사에 맞서 1대1로 붙을 경우 모든 후보가 10%포인트 이내 구간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가 반영되기 때문에 변별력 없는 여론조사보다 당원투표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배 위원은 "최근 여론조사 흐름에서 한 달 반 전만 해도 윤 전 총장이 부동의 1위였지만 최근 일부 조사에서 홍 의원한테 추월당했다"며 "당원투표에서는 윤 전 총장이 우세를 보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최소화하는 설계를 들고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차 컷오프 당시 구체적인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홍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윤 의원이 당원투표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상일 캐이스탯컨설팅 소장도 "1대1로 붙었을 때는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히려 윤 전 총장 측에서 가상 양자대결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 여론의 대부분을 흡수하는 압도적 1등이었다면 사지선다 주장이 맞는다"며 "그러나 홍 의원이 2030, 호남, 민주당 지지자에게도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 비등비등하거나 앞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문항에 따른 유불리가 있어도 어느 캠프에 더 유리한 선택인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다자로 붙이든, 1대1로 붙이든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호각세로 나온다"며 "캠프 생각처럼 1대1 유리하다, 불리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지선다나, 가상 양자대결이나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격차는 크지 않다.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월 15~16일 실시한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각각 29.1%, 28.5%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양자대결에선 윤 전 총장은 37.1%로 35.4%를 얻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로 앞섰고 홍 의원 역시 35.9%로 34.6%를 얻은 이 지사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적합도로 물으면 1위 후보가 바뀌고, 경쟁력으로 물으면 1위 후보가 바뀌냐"며 "적합도와 경쟁력을 묻는 문항이 정치적으로 함축하는 바는 굉장히 미세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어느 방식을 택하든 민심의 결과는 유의미하게 차이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응할 것이기 때문에 다자대결보다는 양자대결로 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수긍하기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어떻게 물어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1~2%포인트 차이 접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론조사 취지 자체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니까 가상대결이 심리적으로 맞는다"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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