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검찰이 바보 역할 맡았다”… 질타 속 희비 엇갈린 ‘4인방’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동규 ‘배임’ 뺀 기소 논란

남욱, 취재진에 농담하며 여유

정영학, 수사 협조 참고인 신분

유동규 “주범으로 몰려” 당혹

김만배도 대외 발언 일절 중단

“사건 정리 단계 수순” 분석 우세

세계일보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중대 기로에 몰렸다. 소수 민간업자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 사업 설계와 인허가 등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파헤친 뒤 검은 로비 의혹까지 규명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당 대선 후보로 이어질 수 있는 수사의 맥을 끊기 위해 ‘검찰이 바보 역할을 맡았다’는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의혹 ‘핵심 4인방’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2일 남욱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는데, 그간 경직됐던 모습과 달리 한층 여유로웠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한마디 했다가 검사님한테 엄청 혼났다. 농담이다”, “나중에 커피 한잔 사드리겠다”며 웃어보였다. 체포됐다가 석방된 사람치고는 여유롭게 청사 밖으로 식사하러 나갔다 복귀했다.

검찰은 전날 남 변호사와 유동규 전 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를 모두 불러 ‘4자 대질조사’를 벌였다. 남 변호사는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3억여원을 자신이 전달했으며, 녹취록에 언급된 천화동인 1호의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에 이어 녹취록도 제출했다. 특히 남 변호사는 본인이 법조인인 데다 2015년 대장동 개발로비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어, 이번 수사에 가장 잘 준비됐을 것으로 보인다. 귀국 이후 조사에서 검찰의 수사 정도도 파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일보

(왼쪽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검찰의 논리와 증거를 도우며 유 전 본부장 및 김씨를 몰아붙이는 형국이다. 정 회계사 역시 대질조사에서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수사관처럼 몰아붙였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입건을 피해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구속기소된 유 전 본부장 등에게서는 당혹감이 포착된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김씨가 수백억원을 줄 것처럼 이야기해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잘못 몰렸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씨도 대외 발언을 일절 중단했다.

검찰은 이날도 성남시청 정보통신과 서버를 압수수색했지만 유 전 본부장 선에서 사건을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배임 혐의를 삭제해 결재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수사는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배임 혐의 등은)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세계일보

대검 간 국민의힘 “엄정 수사” 촉구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운데) 등 원내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에서 박성진 대검 차장(왼쪽 세번째)에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조계의 비판은 점점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동규를 구속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뺀 것은 공소권 남용 수준”이라며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검찰이 총대를 메고 배임 혐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공범 수사를 위해 배임죄를 남겨 뒀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 지사를 비롯한 공범 혐의를 받는 자들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