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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2, 제3의 헝다 속속 등장…中 고속 성장 이끈 ‘시멘트 경제’ 봄날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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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헝다 사태 이후에도 디폴트 위기에 빠진 부동산 기업이 속출하면서 중국의 고속 성장을 지탱해온 부동산 시장 호황이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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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시장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그동안 중국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시멘트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이런 비극적인 시나리오 중심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있다. 360조원의 부채를 지니고 있는 헝다는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지난 9월 헝다는 두 차례에 걸쳐 달러화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약 1500억원 규모다. 다만 달러 채권의 경우 예정일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30일의 유예 기간이 있어 공식 디폴트 처리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헝다는 연말까지 계속 채권 이자 지급 일정이 돌아오는 데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원금 상환이 시작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 만기가 도래하는 헝다그룹의 채무는 77억달러에 달하고 2023년에는 108억달러로 급증한다.

▶화양녠·신리홀딩스 등 디폴트 위기

中 GDP 30% 부동산 시장 붕괴 우려

당국, 규제 대신 지원책 꺼내들 수도

시장에서는 결국 헝다가 디폴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시장 거품을 경계하는 중국 당국이 헝다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가 문을 닫을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헝다에 투자한 투자자나 헝다가 건설 중인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직접적인 손해가 불가피하다. 8000개 넘는 협력 업체의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 20만명 규모 헝다 직원과 협력 업체 직원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는 일차적인 피해고 진정한 비극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고속 성장을 지탱해온 ‘부채 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이미 빚을 갚지 못하는 제2, 제3의 헝다가 등장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화양녠(花樣年·Fantasia)홀딩스가 2억570만달러 규모의 채권 상환에 실패하면서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 S&P의 경우 지난 10월 4일 또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리홀딩스의 신용등급을 ‘극심한 투기 수준’인 CCC+에서 디폴트 임박의 CC로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주요 30개 부동산 개발업체 중 14곳이 파산 위험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동산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도미노처럼 확산되면서 중국 주택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지난 9월 주택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급감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선분양하고 있어 주택 구매 희망자들은 부동산 개발업체 파산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주택 판매 부진은 부동산 투자·건설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중국 성장률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부동산으로 버텨온 지방정부의 재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 업체 피치는 지난 9월 중국 주택 경기 둔화가 내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와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8.1%와 5.2%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부동산 시장 규제 일변도의 강경책을 펼쳤던 중국 정부가 태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중국 GDP의 29%에 달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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