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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 46초… 우주로 난 누리호 ‘미완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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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개발 K-로켓 ‘누리호’ 발사… 위성 궤도 안착은 실패

설계·운용 전 과정서 국산화

도전 30년 만에 중대 이정표

우주 기술 독립 문턱까지 도달

文대통령 “목표 완벽 못했지만

700㎞ 고도 올려보낸 것 대단”

세계일보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발사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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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초’ 차이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국이 독자 기술로 만든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처음 발사됐으나 ‘미완의 성공’에 그쳤다. 누리호는 이날 계획된 고도 700㎞까지 무사히 올라갔으나 초속 7.5㎞에 못 미쳐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3단 엔진 연소시간이 46초 부족했다. 그럼에도 국내 독자 개발한 발사체가 목표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1989년 불모지에서 시작된 한국의 우주 도전이 30년 만에 중요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솟아올랐다. 빨간 화염과 구름이 일었고, 발사대 주변 땅도 흔들렸다. 누리호는 무사히 700㎞ 고도에 도달했으나 3단에 장착된 7t 액체엔진이 계획된 521초가 아닌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로 인해 1.5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속도인 초속 7.5㎞에 미치지 못해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기술적 난제였던 나머지 과정은 모두 순조로웠기에 아쉬움이 컸다. 1단 엔진 추력이 300t에 도달하자 힘찬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향한 누리호는 127초 만에 고도 59㎞에서 1단 엔진을 분리했다. 233초 후 고도 191㎞에서 페어링(탑재물인 위성모사체 보호 덮개) 분리, 274초 후 고도 258㎞에서 2단 엔진 분리도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누리호 발사에 대해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히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과정을 참관한 뒤 발표한 대국민성명을 통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초정밀·고난도의 우주발사체 기술을 우리 힘으로 개발해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우주에 가까이 다가갔다”며 “항공우주연구원과 학계, 300개가 넘는 국내 업체의 연구자, 노동자, 기업인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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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주시대 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고흥=하상윤기자




누리호가 미완의 성공에 그쳤지만 700㎞에 올라가기까지 과제를 모두 완수했다는 점에서 한국은 30년간의 도전 끝에 ‘우주 기술 독립’의 문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국내 연구진은 발사체 기술의 국가 간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누리호를 자력으로 탄생시켰다.

75t급 액체엔진부터 발사대, 엔진 시험설비까지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기술 전반을 자체 개발했다. 러시아 기술진이 진행한 나로호와 달리 발사체 운용 전 과정도 한국 기술진만으로 수행했다.

누리호는 내년 5월 19일 0.2t 성능 검증 위성과 1.3t 더미 위성을 싣고 2차 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서 내년과 2024년, 2026년, 2027년 4차례에 걸쳐 반복 발사를 한다. 문 대통령은 항공·우주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하며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의 꿈을 이룰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송은아, 이도형 기자,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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