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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발표 뒷배경 허전하자, 누리호 과학자들 병풍으로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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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여간 누리호 개발을 위해 밤낮으로 했던 고생이 누구에겐 잠깐의 이벤트로 생각하는 것 같아 정말 자괴감을 느꼈습니다.”(누리호 개발 참여 과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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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통제실에 이벤트 기획사 직원들이 뛰어다니고 방송 카메라 중계를 위한 무대를 설치하느라 시장통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를 대동하고 현장에 나타나 누리호 발사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생긴 일이다. 참석자에 따르면 "대통령의 성명 발표 뒷배경이 허전하자 기획 책임자가 누리호 발사를 담당해 온 과학기술자들을 뒤에 ‘병풍’으로 동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날 현장을 지켜봤던 다수 참석자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현장을 지휘했다고 전했다.

우리 힘으로 우주발사체를 만든 역사적 현장에 고생한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고 정치적 이벤트만 있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 전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발사 직후 누리호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과 연기를 보며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는 2013년 나로호가 발사할 때에도 발사 모습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렸던 곳이다. 세종시에서 고흥을 찾은 김성환씨는 “이렇게 선명하게 누리호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전남 고흥 상공을 뚫고 우주로 향하자 주요 외신은 관련 소식을 신속히 전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로켓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한 나라”(BBC), “한국이 자체 개발한 로켓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해 우주개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알자지라)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AP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는 위성 발사 프로그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BBC는 누리호 발사를 특히 남북 군비경쟁 측면에서 주목했다. “한국은 누리호를 위성 발사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시험은 한국의 무기개발 확대의 일환으로 여겨져 왔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도 한국의 우주방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누리호의 시험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같은 회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동참할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자체 평가가 나온다. 비록 누리호가 21일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진 못했지만 75t 엔진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은 “우리가 가장 우려한 건 75t 엔진이 실제 비행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며 “그 부분은 아주 완벽하게 잘됐다”고 말했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 역량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는 300여 개 기업, 500여 명의 민간 기업 관계자가 동참했다.

고흥=진창일 기자, 정은혜·문희철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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