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퀸스가에 있는 타코벨. 타코벨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라 일부 메뉴 제조에 필수적인 식자재가 모자라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사진=AFP |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공립학교에서는 최근 들어 때때로 학생들에게 줄 급식 우유의 양이 모자라다. 시카고에 있는 시장에서는 캔 통조림 및 냉동식품 품귀 현상이 잦아졌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따른 식품 부족과 식품 가격 상승을 지적했다. 농업이 발달한 미국인 만큼 식량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와 이후 백신 접종에 따른 봉쇄 해제, 구인난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급망 대란을 불러일으켜 식량 공급부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 급식 등에서 식량 수요가 급증하는 데 비해 가공 및 수송 능력이 계속 달리는 '공급 쇼크'이다. 블룸버그는 "식료품 가게와 학교에서 심심찮게 식자재 부족과 공급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형 유통체인 앨버트슨의 비벡 산카란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10월에 식자재 공급난을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며 "언제든 여러분은 저희 마트에서 모자란 물품들을 보게 될 것이며, 이는 전 분야에 걸친 현상"이라고 말했다.
가령 우유공장에서 부품 하나가 고장나면 새 부품 조달이 지연되니, 학교에서 우유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시리얼, 또띨라, 쥬스도 마찬가지다.
앨버트슨 매니저 중 한명인 이탈리아 맥카시는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데다 델타 변이 증가까지 있어서 이 문제는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중동 할랄식품 공급자로 손꼽히는 다국적 식품기업 샤프론 로드 측은 "통상적으로 1~2개월치 재고를 확보해왔으나 이번엔 4개월치 재고를 미리 확보해뒀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재고 확대는 전체적인 공급난을 악화시킨다.
미국 최대 항구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롱비치항 앞에서 컨테이너선들이 입항하지 못하고 바다에 계류돼 있는 모습/사진=로이터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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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영국 학교들이 냉동·건조 식품이나 통조림 등 보관이 용이한 식재료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겨울까지 영국의 물류 대란이 지속할 것을 대비해 학교 측이 구내식당용 비상 식량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최대 구내식당 공급업체인 ISS는 450여개의 영국 학교가 식품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ISS는 각 학교에 이메일을 보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동·건조 식품, 통조림 등을 미리 사두라'고 조언했다.
식자재를 아예 바꾸기도 한다. 당분간 생선 튀김 대신 껍질 채 삶은 감자를 제공하고, 빵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샌드위치 메뉴를 아예 빼는 식이다. 아이스크림 등 필수가 아닌 메뉴는 주문하지 말라고도 했다.
영국은 코로나19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폭풍까지 겹쳐 극심한 물류 대란을 겪고 있다. 브렉시트로 그간 대형 트럭 운전을 담당한 동유럽 출신 운전사들이 영국을 떠나며 각종 물품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은 휘발유를 비롯해 생수·화장지 등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재기· '패닉 바잉(공황 구매)' 사태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처럼 식량 공급난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식량가격이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일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9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0.0포인트(p)로 전월(128.5p)보다 1.2% 상승했다. 이는 2011년 9월(130.4p)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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