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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네덜란드産 '반도체 장비'…2년 연속 美·日 제치고 수입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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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까지 46억7788만달러…2020년보다 약 25% 증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ASML '독점생산' EUV 장비 확보전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전문 업체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삼성전자 제공) 2020.10.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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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네덜란드가 최근 2년 연속으로 미국,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반도체 제조장비' 최대 수입국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인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장비 확보 경쟁에 뛰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네덜란드산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은 46억7788만달러(약 5조523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86.5% 증가한 수치다. 나아가 2020년 전체 수입액 37억4539만달러보다도 24.9% 많은 규모다. 아울러 2018년에 기록한 37억9557만달러도 넘어서 역대 최대 수입액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네덜란드는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수입 시장에서 전통적 강호인 미국과 일본에 밀려 '넘버 3' 위치에 머물렀다.

미국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로 대표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를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는 도쿄일렉트론, 고쿠사이일렉트릭, 캐논 등 글로벌 '톱 10'으로 손꼽히는 제조장비 기업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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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 전문 업체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이 부회장은 피터 버닝크 CE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0.10.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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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덜란드는 2018년을 기점으로 2위로 순위를 한계단 끌어올렸고 반도체 불황기였던 2019년을 지나 2020년에 사상 처음으로 미국, 일본을 제치고 '장비 수입국' 1위 자리에 올랐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네덜란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우리나라에 반도체 장비를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가 될 것이 유력하다.

국내에 네덜란드산 장비 수입이 늘어난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초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칩 전체의 크기는 더욱 줄이면서도 회로선폭을 얇게 구현해내는 것을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꼽는다. 이를 통해서 원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특히 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단위의 공정 경쟁에선 더욱 얇고 세밀한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혹은 시스템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은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기술로 EUV(극자외선)에 주목하는 것이다.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의 줄임말인 EUV는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EUV는 기존에 노광에 쓰이던 불화아르곤(ArF) 광원에 비해 14분의 1 미만으로 파장의 길이가 짧아서 얇고 세밀한 회로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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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 생사하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트윈스캔'의 모습(ASML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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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현재 전 세계에서 EUV 노광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네덜란드의 ASML뿐이다. EUV 노광장비 1대당 가격은 평균 2000억원에 달할 만큼 고가지만 공급량은 1년에 40~50대에 불과하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연간 생산량이 100대에도 못 미칠만큼 극소량이라 치열한 구입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선 ASML을 '슈퍼 을(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9월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퓨처브랜드'가 발표한 '2021년 글로벌 브랜드 톱 100' 명단에서도 ASML은 애플,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유력 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를만큼 글로벌 산업계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19년 업계 최초로 7나노 EUV 공정을 활용한 시스템반도체 양산에 나선 이후 지난해부턴 메모리 D램 생산에도 EUV 장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 입장에선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와 나란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EUV 장비를 대량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난 것도 ASML 본사에서 EUV 장비 공급과 관련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2위 메모리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도 지난 2월 ASML과 EUV 노광장비 도입 장기계약을 맺기도 했다. 2025년 12월까지 EUV 장비 취득을 위해 4조7549억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부터 '4세대 10나노(1a)' 8Gb LPDDR4 모바일 D램 양산에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EUV는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성 향상과 원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필수적인 장비로 앞으로도 더욱 많이 활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TSMC,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간 EUV 장비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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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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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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