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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회의 행로난]‘사회적 못난이’들의 영혼암(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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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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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영혼이 없다”는 말을 종종 접하곤 한다. 주로 “진정성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본래는 “인간답지 못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짐승 같은 종자” 유의 말을 점잖게 에둘렀다고나 할까, 암튼 자못 신랄한 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짐승 같은 짓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이 늘 옳다는 자기기만에 빠진 ‘인간 말종’이라 하여 영혼이 진짜 없을 리는 만무하다. “영혼이 없다”는 표현도 영혼이 있는 존재에게나 ‘뼈 때리는’ 지적이지, 애초부터 영혼이 없는 존재에겐 그야말로 손톱만큼도 타격 없는 밍밍한 말에 불과하다. 좀비에게 영혼 없다며 탓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다. 결국 영혼이 없다는 소리는 “네 영혼은 어디다 처박아 두고 이런 못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느냐”는 엄한 질책이다. 특히 힘 있고 돈 있으며 지식 많은 이들, 소위 ‘사회적으로 잘났지만 실제론 못난 이’들에게는 지독한 저격과 다름없다. 바로 영혼이 있기에 그렇게 잘날 수 있었음에도 영혼을 나 몰라라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영혼이 없다는 저격에 끄덕도 않는다. 도리어 영혼은 가져다가 어디에 쓸 거냐며 되묻는다. 영혼 그 따위는 루저에게나 먹히는 소리라며 되레 면박을 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회적 못난이의 영혼은 마치 없는 것처럼 아무 역할도 못하게 됐을까. 영혼도 다른 신체 기관들처럼 병이 드는 걸까. 병이 깊어지면 기능이 멈추어 마비되기도 하고 더 큰 병을 야기하기도 하는 걸까. 사람 형상을 하고 영혼 없는 채 움직인다면 우리는 그것을 좀비라고 부른다. 사뭇 추악하고 탐욕스럽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못난이가 좀비는 아니다. 단지 영혼이 기능을 무척, 때로는 전혀 못하여 마치 전신마비가 된 것같이 기능이 멈춰버렸을 따름이다.

영혼이 암에 걸렸음이다. 암이 무서운 것은 전이 때문인데, 영혼암도 마찬가지다. 영혼에서 정신으로, 또 마음으로 전이되어 급기야 맹자가 말한 도덕심같이, 인간과 금수를 구분해주는 근거들이 소멸된다. 영혼암 환자, 그러니까 사회적 못난이는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실제로는 육신의 감각과 욕구만이 남는다. 그렇게 그들은 금수와 구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김월회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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