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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디지털 공간에 나만의 컬렉션 만들 수 있어
‘민팅’한 작품 팔 때 블록체인 이용 수수료만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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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자 새롭게 주목받은 투자자산이 있다. 바로 다양한 예술작품이나 수집품 등을 블록체인상에 나타내는 디지털 파일인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암호화폐로 거래되는 이 자산은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 함께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꾸준히 시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NFT가 가격 상승세로만 주목받는 건 아니다. 위변조, 복제가 불가능해 디지털 세상에서도 ‘유일무이한 인증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NFT가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NFT가 만들어갈 미래는 어떨까. 그리고 NFT 시장이 더 커지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한번 짚어봤다. [편집자 주]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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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어떻게 사고팔까. 그림, 음악, 영상 등의 창작물이 NFT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어떤 NFT는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NFT 작품은 실물이 아닌, 블록체인(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으로 저장·기록한 디지털 파일인데, ‘그렇게까지 비쌀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코노미조선’이 NFT를 직접 구매하고 판매했다.

9월 29일 | 암호화폐 구매

9월 29일, 우선 NFT를 살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았다. 지난 7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오픈한 NFT 플랫폼 ‘클립드롭스’를 택했다. 클립드롭스는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라는 카카오의 최대 강점을 활용, 카카오톡(카톡) 내에 설치돼 있다. 카톡을 켜고 클립드롭스에 들어갔다.

NFT를 구매하려면 현실 화폐가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필요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다. 클립드롭스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사용한다. 클레이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살 수 있다.

시작부터 작은 문제가 생겼다. 하루를 그냥 버려야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구매한 클레이를 클립드롭스의 전자지갑 ‘클립’으로 보내야 하는데, 국내 거래소의 경우 암호화폐 첫 구매 후 출금이 1~3일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빗썸이 1일(24시간) 후 출금이 가능해, 이 거래소를 택했다. 오후 5시쯤 150클레이(약 19만3000원·1클레이=1288원 기준)를 빗썸에서 구매했다. NFT 플랫폼에서 암호화폐로 작품을 구매하려면 그 플랫폼이 취급하는 전자지갑에 암호화폐를 보내야 한다. 전자지갑은 일종의 은행 계좌 역할을 한다. 일부 NFT 플랫폼의 경우 투자자가 암호화폐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신용카드로 NFT를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9월 30일 | 구매할 NFT 탐색

빗썸에서 클레이 구매 24시간 후인 9월 30일 오후 5시, NFT 구매 준비가 모두 끝났다. 클립드롭스에 어떤 NFT가 있는지 살펴봤다. 클립드롭스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NFT를 올리고 구매하는 오픈마켓이 아닌, 그라운드X가 직접 NFT를 선정하고 판매하는 형태의 플랫폼이다. 평일과 주말에 오전 9시부터 한정 판매, 경매 두 방식으로 국내 인기 작가 20여 명의 NFT를 팔고 있다.

10월 2일(토요일) 오전 9시부터 한정 판매하는 미스터 미상(Mr. Misang)의 ‘크레바스(Crevasse) #03′ NFT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미스터 미상은 국내 1세대 NFT 작가로, 독특한 캐릭터를 활용해 샐러리맨이 겪는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주로 표현한다. 올해 중순 미국 NFT 아트 플랫폼 슈퍼레어에서 ‘모던 라이프 이즈 러비시(Modern Life is Rubbish)’ NFT 시리즈의 11번째 작품 ‘머니 팩토리(Money Factory)’를 50만4868달러(약 6억원)에 팔았다. 크레바스 #03은 작품 제목처럼 어떤 틈(crevasse)이 열리고 그곳으로 한 캐릭터가 날아가는 24초짜리 애니메이션 NFT다.

10월 2일 오전 | 암호화폐로 NFT 구매

10월 2일, 생애 첫 NFT 구매의 날이 왔다. 오전 8시 50분 스마트폰으로 클립드롭스에 들어가, 크레바스 #03 판매 페이지를 띄웠다. 노트북을 켜 초 단위 시간을 볼 수 있는 네이버 시계를 열고, 클릭 경쟁 준비도 했다. 앞서 7월 말 미스터 미상의 ‘크레바스 #01′은 클립드롭스에서 판매 27분 만에 매진된 바 있다. 구매 경쟁이 치열해 작품을 못 살 수 있을 거라는 걱정에 대한 준비였다.

오전 8시 59분 59초를 지나자마자 잽싸게 구매 버튼을 눌렀다. 89번째로 구매에 성공했다. 가격은 100클레이(약 14만4000원·1클레이=1438원 기준). 이 작품은 판매 시작 후 1분도 지나지 않아 563개가 팔렸고, 1시간 만에 999개 한정 판매가 마감됐다. 구매 절차는 간단했다. NFT 양수도계약서에 동의하고, 환불 규정에 대한 안내를 받으니 NFT 소유증명서가 자동으로 발행됐다. 결제는 클립에 넣어둔 클레이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소유 정보와 거래 이력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 영구 저장된다는 알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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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이 10월 2일 그라운드X의 NFT 플랫폼 ‘클립드롭스’에서 구매한 미스터 미상의 ‘크레바스 #03’ 애니메이션 NFT. / 김혜빈 인턴기자



해외에서 거래되는 NFT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누구나 자유롭게 NFT를 올리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의 미국 NFT 플랫폼 오픈시를 보면, 10월 2일 기준 판매 중인 NFT는 1114만 개이고, 이날 하루 거래액만 9319만달러(약 1100억원)에 달했다. 오픈시는 이더리움을 사용한다. 웹 기반인 오픈시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중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시했다. 오픈시에서 거래되는 NFT는 일상 속 사진부터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림, 스포츠, 영상 등 다양했다. 인기가 가장 많은 NFT는 블록체인 기업 라바랩스가 시리즈로 제작 중인 ‘크립토펑크(CryptoPunk)’다. 크립토펑크는 그림판으로 그린 듯 픽셀이 엉성한 NFT 캐릭터 그림으로, 10월 3일 누적 기준 판매액이 약 2조2288억원에 달한다.

10월 2일 오후 | 판매할 NFT 발행

10월 2일 오후에는 그림 등을 NFT로 만드는 민팅(minting)을 해봤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상에 무료로 NFT를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 그라운드X의 ‘크래프터스페이스’를 이용했다. 사진, 음원,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NFT를 하루 최대 10개까지 발행할 수 있다. 미리 찍어둔 덕수궁 풍경과 도서전 사진 두 장을 NFT화했다. 발행 완료까지 3분 남짓 걸렸다. 크래프터스페이스에서 발행된 NFT는 10월 2일 누적 기준 총 2만1513개였다.

이제 판매하는 것만 남았다. 크래프터스페이스는 판매를 지원하지 않아, 두 개의 NFT를 팔기 위해 오픈시에 로그인했다. 그러나 오픈시에서 NFT를 판매하지는 못했다. 오픈시에서 NFT를 판매하려면 판매 수수료와 별개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서 트랜잭션(거래)을 일으키는 대가로 지급하는 가스 비용(gas fee)을 내야 한다. 가스 비용은 네트워크 혼잡도에 따라 달라지고, 대개 30~100달러(약 3만6000~12만원) 수준이다. 최근 사용자가 많아 가장 혼잡하다고 가정하고 두 개의 NFT를 팔았을 때 24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분명해 포기했다.

NFT 구매 및 판매 체험은 낯설었지만 재미있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비싼 NFT도 있지만, 잘만 찾으면 적은 돈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매는 많은 돈이 들어가 그만한 가치를 지닌 NFT를 만들 수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 일반인보다 주로 미술 작가들이 NFT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NFT 작품과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점은 꼭 유의해야 한다. 민팅 과정에서 저작권 심사 절차가 따로 없어 타인의 작품을 손쉽게 NFT화할 수 있고, NFT 플랫폼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터스페이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라운드X는 저작권 소지 여부에 대해 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공지가 뜨는 이유다. 또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암호화폐가 폭락하면 암호화폐로 표시되는 NFT의 가치도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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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선 기자(brave@chosunbiz.com);김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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