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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술의 세계

젊은이도 뛰어든 미술품 시장···문화 향유냐 투기성 구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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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키아프 최다 판매액, 관람객 기록하고 폐막


키아프 서울 2021(KIAF·제20회 한국국제아트페어)이 판매액·관람객 기록을 경신하고 폐막했다. 시중 유동성 자금 유입, 과시적 구입, 젊은 세대의 관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신 기록의 구체적 내용 즉 몇 명이 어느 가격으로 몇 점을 샀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기적인 투자·투기성 구매 위주를 두고 ‘예술 본연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국화랑협회는 “13~17일 5일간 8만8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650억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판매, 최다 관람객 수”라고 18일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최고·최다 기록은 2019키아프의 판매액 310억원, 관람객 8만20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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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 2021는 관람객 8만8000여명, 매출액 650억으로 역대 최다 관람객, 최고 판매액을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 17일 코엑스 전시장 모습.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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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한국화랑협회 전시팀장은 폐막 결과를 두고 미술 관심도와 문화 향유의 욕구 증대를 우선 꼽았다. 김 팀장은 “코로나19로 전시장을 닫는 등 (미술계가) 타격을 많이 받았다. (대중들이)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느낀 지 오래 됐다. 아트 관심도가 높아졌다. 2018, 2019년도부터는 젊은 사람들도 단순 투자 말고 미술 작품을 즐기는 문화 향유 개념이 생겨났다. 여기에 해외여행 갈 돈으로 작품 한 점을 사는 트렌드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키아프의 성황은 그 결과물이라는 취지의 말이다.

투자·투기적 구매, 과시적 소비 아니냐는 지적에 김 팀장도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지금은 건강한 발전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액이) 650억원이라고들 하는데 아트 바젤 홍콩만 해도 조 단위로 매출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년 미술 총 매출이 5000억원도 안 된다. 미술산업은 더 성장해야 한다. 매출이 더 커져야 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건강한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투기성으로. 잘 모른 채 그냥 주식 사듯 ‘뭐 한다고 하더라’며 막 몰려 사는 게 아니라, 실제 전시장도 다니고 작가도 만나면서 문화를 즐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미술시장에 유입된다고 봤다. 미술시장과 미술 작품의 특성 중 하나인 ‘과시’도 작용한다고 봤다. 다만, 그는 미술시장이 역대 최다를 경신한 관람객 수와 최고 판매액을 두고 “과연 호황인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정씨는 “이번 키아프 관람객 숫자는 미술시장 부활을 예고하는 신호탄처럼 보인다. 조금 더 냉정하게 보자면 미술시장 특성상 입장객이 늘었다는 사실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관람객은 잠재적인 고객으로 구매층으로 전환할 여지가 크지만 이런 관람객들은 이른바 플렉스 문화(flex culture·과시 문화)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가격대별 매출, 방문객당 구입 빈도 등 구체적인 통계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술시장 성격상 고가의 작품 5~10여 점만 거래가 이루어지면 전체 매출의 80~90%를 차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 신뢰를 얻으려면, 호황이라는 사실을 따져보려면 구체적인 통계가 매우 중요하다. 650억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어떤 가격의 작품이 몇 점 팔렸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면 그 통계를 가지고 미술시장의 활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한국화랑협회 측은 “개별 갤러리한테 매출액만 받아 집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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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 2021를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 17일 서울 강남 코엑스 전시장에서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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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용 서울대 미술학부 교수는 2010년 <시장미술의 탄생>(아트북스)를 펴냈다. 그는 책에서 미술대학 졸업전 부제 ‘솔드아웃(sold out·매진)’이나,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로 작품 판매·구매가 이뤄진다)가 대학 수업 일부가 되며, 예술가를 주식 시장 용어인 ‘블루칩’ 같은 용어로 분류하는 현상을 두고 ‘시장의 예술화’ 대신 ‘예술의 시장화’가 맹렬한 기세로 추진된다고 비판했다. 진실·소명·시간과 땀과 눈물·회의와 실험 같은 예술적 성취는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고, 더 이상 당대와 어떤 불화를 자처하지 않는 미술의 문제도 지적했다.

심 교수는 그가 개념화한 ‘시장미술’이 10여년 전보다 더 강화되고 있다고 봤다. 심 교수는 이번 키아프를 두고 “진짜 미술품을 좋아하고, ‘예술 가치’를 따져 미술품을 구매하는 ‘진성 컬렉터’란 용어 자체가 낯설어졌다는 점, (10년 전 책을 쓸 때보다) 작품을 구매하고 되파는 기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 등 시장의 경향과 구조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예술품이 ‘영끌’이나 ‘주식’, ‘코인’ 같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영역으로 편입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작품 가격 상승이나 그에 따른 이익 창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가속화될수록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예술, 내적 가치의 예술을 위한 요인들은 재고의 여지도 없어진다”고 했다.

심 교수는 자산으로서의 예술품’과 ‘가치로서의 예술품’ 간의 생산적인 긴장과 상호 견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넘어, 그러한 상태를 하나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추세가 더 심각하다. 심지어 대학에서 미술을 배우는 단계에서부터 ‘팔리는 작품’을 궁극의 미덕이자 지향으로 삼는다”고 했다.

심 교수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유동성의 일부가 미술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술시장에 일종의 자산 버블이 일어나는 추세가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과열된 소비사회에서 미술품에 대한 과시적·투기적 소비 행태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미술시장이 이 같은 ‘시장미술’에 지배당할수록 “평생에 걸쳐 성숙되곤 하는 고도의 정신적 세계로서의 예술의 속성은 빠르게 침하될 것이다. (시장미술의) 물살이 빨라질수록 예술과 삶의 긴장된 균형추가 고장나고, (부조리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저항의 전선으로서의 미술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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