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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6만전자’ ‘로우닉스’…이익 좋은데도 연중 최저 오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언제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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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코스피가 3000선을 내주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연중 최저점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코스피가 하락했을 때 지수.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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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전자’가 현실이 됐다.

국내 증시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나란히 연중 최저가로 추락했다. ‘십만전자(주가 10만원)’를 기대했던 삼성전자는 10개월 만에 ‘6만전자’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는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며 ‘로우(low)닉스’라는 비아냥까지 듣는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가 흔들리며 국내 증시 하락세도 더욱 가팔라지게 됐다.

지난 10월 13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만88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3일(6만9700원) 이후 처음이다. 연중 최고점이던 1월 11일(9만1000원)과 비교하면 24% 넘게 빠졌다.

SK하이닉스는 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10월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며 6거래일간 12% 넘게 급락했다. 13일 이후 반등했으나 그 폭은 ‘찔끔’ 수준이다. 두 기업 시총은 10월 들어서만 각각 30조원, 8조원 넘게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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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매서웠다. 외국인은 10월 삼성전자를 1조원 넘게 팔았다. SK하이닉스도 1000억원 가까이 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미’는 쏟아지는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올 들어 10월 13일까지 개미들이 사들인 삼성전자는 34조원, SK하이닉스는 5조원이 넘는다.

‘주가는 이익의 함수’라지만 삼전 주가는 역대급 실적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10월 8일 3분기 잠정 경영 실적을 공개하며 73조원의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1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3분기 호실적을 보였음에도 주가는 하락세인 것은 보통 반도체 업종이 6∼8개월 뒤의 업황을 반영해서다. 현재 주가에는 미래의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가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D램) 업황에 대한 우려는 지난 8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불을 지폈다. 이때도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던 골드만삭스는 10월 8일 “견해가 틀렸다”며 반도체 업황 부정론에 합류했다. 골드만삭스는 “PC용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 감소와 공급망 문제에 따른 모바일·서버용 시장 악화로 가격 부진이 예상된다”며 “현물 가격이 뚜렷한 반등 징후 없이 하락해 내년 2분기(4∼6월)까지 반도체 수요의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실적 기대감을 낮추며 우려를 더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9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이 시장 예측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완만한 수요 하락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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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전망 어두워 당분간 관망세

▷중장기 투자자는 저가 매수 나설 만

전망도 밝지 않다. 대만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초 시작된 D램 가격 상승세가 4분기 하락세로 전환한 뒤 내년에는 본격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램 고객사 재고 증가 영향으로 공급이 수요를 추월해 평균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유다. D램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의 비트 단위 D램 공급은 내년 17.9%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16.3%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D램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평택 2라인을 중심으로 D램 공급량을 내년 19.6% 늘려 3개 업체 중 공급량이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위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10나노급 2~3세대 D램 생산으로 17.7%, 마이크론은 16.3%씩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은 올 4분기에 전분기(3분기) 대비 3~8% 하락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 D램 평균 판매 가격은 올해보다 15~2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주요 D램 고객사들이 올 초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재고 확충에 집중한 데다, 스마트폰·노트북 출하량이 올해 대비 소폭 증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이 같은 관측의 근거다.

국내 증권가는 두 종목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췄다. 삼성전자의 경우 유진투자증권은 10만원에서 9만3000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9만5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은 9만2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각각 낮췄다. SK하이닉스도 유진투자증권이 14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추는 등 하향 조정이 이어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헝다 사태와 전력난 이슈 등으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고용 데이터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일시적일 것이라던 인플레도 생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 둔화 리스크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이후 늘었던 비대면 수요가 둔화하며 정보기술(IT) 완성품 출하가 부진하다”며 “반도체 주식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도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하락세와 맞물려 반도체가 더 충격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세계 증시가 하락하며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주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당분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반등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전방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 연말부터는 ‘D램 업황 개선과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감’이 반도체 주가의 상승 전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업황의 다운사이클 진입을 선반영했다”며 “시스템 반도체 실적 개선과 폴더블 스마트폰의 수요 호조를 감안하면 이른 시점에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포럼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내년 2분기 말 1세대 3나노 제품이 양산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시장 우려와 달리 소폭 조정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주식의 과도한 할인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등론에 힘을 실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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