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달러 자금 막자 새 자금원 찾아 나서
아프간 가상자산지수, 154개국 중 20위...작년은 최하위
IS·탈레반 등 활동 자금으로 유입 우려도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8월 25일 돈을 찾기 위해 카불 은행 앞에 긴 줄을 서고 있다. 카불/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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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때아닌 가상자산(가상화폐) 붐이 일고 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점령당한 후 미국이 달러 조달에 제재를 가하자 현지인들이 새로운 자금원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엔 현지에서 활동 중인 비정부기구(NGO)까지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 조달을 시작했다.
아프간 최대 여성 인권단체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WAW)’의 한 관계자는 18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주부터 가상자산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통한 기부 모금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등을 현금 대신 기부할 수 있게 하고, 자체적으로 만든 NFT 작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WAW 관계자는 본지에 “알다시피 가상자산은 규제되지 않은 영역”이라며 “아프간 은행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진 상태로, 우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시민의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여전히 고심 중”이라며 “미국이 자금 조달을 제재하는 가운데 이 같은 조달 방식을 제한적으로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가상자산을 믿고 맡길 파트너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NGO의 가상자산 활용은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제네바본부 관계자도 “현재는 아프간에서 가상자산으로 기부를 받고 있지 않지만, 추후 가능성을 놓고 살피는 중”이라고 본지에 말했다.
가상자산 기부 모금 시작을 알리는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WAW) 포스터. 출처 WA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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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직후 아프간 내 달러 송금을 봉쇄하고 전 세계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90억 달러(약 10조6542억 원)를 동결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독일, 일본 등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2조5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행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상자산에 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프간 내 가상자산 거래는 정세가 불안정하던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인애널리시스가 지난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은 올해 글로벌 가상자산채택지수에서 154개국 가운데 20위를 기록했다. 중동 국가 가운데 1위로, 지난해 최하위에서 크게 반등했다.
체인애널리시스는 “아프간의 전체 거래액은 적지만, 인구와 1인당 구매력 대비 거래량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많은 아프간인이 경제적 불확실 속에서 자금을 보전하기 위해 가상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글로벌 가상자산채택지수. 베트남 1위, 중국 13위, 아프가니스탄 20위, 한국 40위. 출처 체인애널리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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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붐이 자칫 테러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의 스티븐 스탈린스키 소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슬람국가(IS)와 지하드 등이 점점 더 인터넷에 의존하면서 활동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가상자산 플랫폼이 제공하는 익명성은 미국이 지정한 테러 단체들을 끌어들였고, 탈레반도 여기에 초대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kodae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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