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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주희의 현장에서] 변명보다 기본에 충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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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난 2018년 강원도 속초 명물로 입소문이 났던 만석닭강정의 위생 불량 실태가 적발됐다. 조리장 후드에 쌓인 먼지와 기름때, 바닥과 선반의 음식찌꺼기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위생 불량 사태 이후 몇 달 만에 만석닭강정은 ‘만석 반도체공장’으로 탈바꿈해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생산 과정이 전부 공개된 닭강정가게는 먼지 한 톨도 허용되지 않는, 반도체공장을 방불케 했다. 이대로 망할 줄 알았던 이 업체는 오늘날 다시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회복했다. 위생이라는 식품업체의 기본에 충실하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다는 선례다.

최근 위생에 대한 식품 대기업들의 대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달 SPC그룹 자회사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은 안양공장의 위생 불량 상태가 고발되자 사과문을 게시하면서도 제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비알코리아 측은 “영상 속 직원이 설비 위에 묻어 있는 기름을 고의로 반죽 위로 떨어뜨리려고 시도했고 고무 주걱으로 긁어내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며 제보자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제보의 진위는 경찰의 수사 결과로 밝혀지겠지만 영상에서 보이듯 기름때와 먼지가 낄 만큼 식품 생산현장이 비위생적이었던 점은 변함 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식약처 발표와 시럽 처리 과정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는 등 추가 영상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역풍까지 맞았다. 고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장 4곳을 조사했고 해썹(HACCP) 부적합 판결을 받았다.

제 식구 편을 들기 마련인 식품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도 “대기업 공장의 위생이 그토록 불량한 것은 정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요새 식품공장의 위생 상태는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을 정도로 깨끗하다”며 “설사 제보자가 영상을 조작했더라도 공장을 하루 이틀 방치해둔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다수다.

맥도날드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해야 할 식자재를 1년 가까이 재사용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맥도날드는 이를 매장 점장과 아르바이트생의 일탈로 치부해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당시 맥도날드는 전국 400여개 매장 식품안전 기준 준수 여부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 넘어갔다.

식품기업에 있어서 위생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자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가치다. 제보자가 불순한 의도로 폭로를 했다고 해도 빌미를 제공한 것은 위생관리를 제대로 못한 식품업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려면 만석닭강정의 사례처럼 ‘투명한 생산 과정’ 공개밖에 답이 없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은 것이 식품위생이지만 설사 실수를 했다 해도 철저한 재발 방지대책과 그 이후 변화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 ‘위생 불량’이라는 불명예를 지울 수 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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