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
“오랜 친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독일·유럽 관계 발전에 계속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기 바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3일 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중국과 독일은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정신에 따라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성을 발휘해 상생을 실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이날 메르켈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중국과 독일, 중국과 유럽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14일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메르켈 총리가 재임 기간 중국과 독일, 중국과 유럽 관계 발전에 공헌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16년간 중·독 관계가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발전해 온 것은 중요한 경험”이라며 “양국은 각각 발전하면서 세계 경제에도 크게 기여했고, 이는 국가간 제로섬 게임을 피하고 호혜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독일과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고 상호 이해와 우의를 증진해 나가길 원한다”며 “전통적인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깊이 있게 만들고 에너지 구조 전환과 친환경, 디지털 경제 등에서 실용적인 협력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은 중국이 유럽의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3월 신장 인권 문제를 이유로 상호 제재를 가한 이후 양쪽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EU 의회는 지난 5월 EU와 중국의 포괄적 투자협정 비준을 보류했고, 최근에는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가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EU를 이끌며 중국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메르켈 총리가 퇴임하는 것은 중국에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이번 회담에 대해 “중국 지도자가 서방 지도자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이는 중국이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가 그를 따라 양국 관계의 안정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어 “EU는 대립은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질 뿐이고 갈등에서 협력으로 초점을 옮기는 게 보다 현명한 조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두 정상의 회담이 향후 중국과 EU의 대화에 좋은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15일 샤를 미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도 전화 통화를 한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간 대화는 지난해 말 이후 처음이다. SCMP는 EU 쪽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EU가 중국에 제재를 가한 후 중국은 대화를 꺼려왔지만 EU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교류를 정상궤도로 돌려놓으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중국과 유럽의 공통된 바람”이라며 “양측은 더 넓은 차원에서 중국과 유럽 관계를 바라보고, 객관적인 상호인식 속에서 이성적이고 건설적으로 차이점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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