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페인트칠만 남았는데 부수란 말이냐" 입주예정 3400가구 울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사이로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아파트 단지 3곳에 대한 문화재청의 공사 중단 명령에 따라 3곳 중 2곳의 공사는 중단됐지만, 나머지 1곳은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 내년 여름 3400가구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중장비의 기계음이 멈춰섰다. 지난달 30일 법원 결정에 따라 이곳 아파트 12개동의 공사는 10일 이상 중단됐다. '왕릉 앞 무허가 아파트' 단지라는 꼬리표가 달리면서 언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대로 정상 분양을 하려면 공사 현장에 주어진 기간은 2~3개월이다. 올해 안에 공사가 재개되지 못하면 입주 지연이 불가피하다. 건물 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건설 현장은 속이 탄다.

현장 관계자는 "보다시피 건물은 모두 올라가 있고, 내부 바닥 타일, 가구공사, 수장공사, 도장공사 정도가 남았다"며 "잔여 공사에 대한 적정 공사 기간은 6개월 정도로 내년 여름 입주 예정일까지 여유 기간은 2~3개월뿐"이라고 전했다.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건물 철거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이 한 달 새 21만명의 동의를 받으면서 분양받은 집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부쩍 커졌다.

예비 입주자 A씨는 "진짜 철거까지 가는 것 아닌지 걱정돼 밤잠을 설친다"며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허가라고 몰아붙이는데 340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2년 넘게 불법으로 완공될 수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문화재청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문화재청이 처음으로 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 건설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것은 올해 5월이다. 김포 장릉을 관리하는 문화재청 소속 공무원이 3명이나 있는데도, 아파트 골조가 올라가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2014년 택지개발에 따른 현상변경 내용에 공동주택용지, 용적률, 최고 층수(25층) 등이 반영돼 있고, 당시 문화재청이 이를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은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반경 500m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심의받아야 했다고 맞서고 있다.

인천 서구와 김포시의 행정 대응 역시 논란이다. 인천 서구청은 건설사가 토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택지개발지구 토지공고문, 지구단위계획 지침 모두 역사보존구역이 강화된 내용을 담지 못했다. 김포 장릉 관리 주체인 김포시는 2017년 고시 변경사항과 검단 내 아파트가 문화재청의 개별심의 대상임을 알았음에도 인천시에 알리지 않았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는 "고시를 하게 되면 고시 전 자료나 고시 내용이 담긴 내용을 시·군·구에 보내도록 돼 있지만 문화재청에서 이런 사항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