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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플리커 현상…텔레비전은 끄고 나가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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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갈 때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중 하나는 일부러 켜 둔다. 사람 소리, 음악이라도 들으면 덜 적적하고 시간 보내기가 수월하지 싶어서다. 밤에 귀가할 것 같으면 거실 등도 미리 켜 놓고 나가는데, 컴컴한 데서 무서울까 봐다. 그런데 이게 사람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이지 반려동물에게는 득 될 게 없단다. 특히 반려동물의 눈 건강에는 꽤나 해롭다고 한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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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주변에 물으니 외출할 때는 소리 나는 것 하나는 켜 둔다는 이가 제법 많고, 매번 퇴근이 늦은 사람은 낮밤 없이 집 안에 불을 켜 놓고 다닌다고 한다.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한테 미안하고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해 주려는 마음에서고, 이는 모든 반려인이 비슷할 테다. 하지만 이런 배려가 오히려 반려동물의 눈 건강을 해친다고 하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개와 고양이의 시력이 사람 시력의 몇 배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하지만 이건 사물을 또렷이, 제대로 분간하는 능력과는 상관없다. 이들의 ‘보는 능력’이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날 때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어두운 데서 사물을 분간하는 ‘야간 시력’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캐치하는 ‘동체 시력’이 그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망막에는 타페텀(Tapetum)이라는 반사판이 있어 빛을 모으기에 유리하고, 이 반사판은 밤에 더 많은 빛을 받아들여서 야간 시력을 높인다. 어두운 곳에서 개와 고양이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은 이 반사판이 비쳐 보이는 때문이다. 또 날아가는 공이나 원반을 정확히 물어 오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나 나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동체 시력이 월등해서다. 그리고 이 동체 시력이 오늘 이야기하려는 ‘플리커 현상’과 관련 있다.

플리커 현상은 컴퓨터나 TV, 실내등 같은 전자 기기 내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조명이 미세하게 떨리며 깜빡이는 현상이다. 특히 형광등은 1초에 100번을 깜빡거리는데, 사람은 눈치채지 못해도 반려동물은 동체 시력이 뛰어나 이런 깜빡임을 분명히 인지한다. 사람으로 치면 그 옛날 영화관에서 영사기를 돌릴 때 필름이 천천히 돌아가며 화면이 깜빡이는 것을 인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오랜 시간 플리커 현상에 노출되면 사람도 피로감을 느끼는데 반려동물이야 말해 뭐하겠나. 시력이 저하되고, 두통과 피로를 느끼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신경계 질환에까지 노출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집 안에서 탁자 밑이나 어두운 곳을 찾아든다면 플리커 현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플리커 현상으로부터 반려동물의 눈 건강을 지키려면 실내 조명을 체크하는 것이 순서다. 현재 집에 설치된 등과 스탠드 등이 플리커 프리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휴대폰에서 슬로우 모션 기능으로 조명 기기를 동영상 촬영했을 때 가로나 세로로 검은색 라인이 나타나면 플리커 현상이 발생하는 상태다. 이런 경우 조명 기구를 깜빡임이 없는 ‘플리커 프리’ 제품으로 교체하면 된다. 다음으로 조도 조절도 중요하다. 반려동물은 사람이 인지하는 빛의 15~20%만으로도 앞을 잘 볼 수 있다. 그러니 밤이라도 형광등을 환히 켜기보다는 은은한 간접 조명을 활용하고 디머 스위치 기능이 있다면 조도를 낮추어 실내 밝기를 떨어뜨리는 편이 반려동물의 눈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밤에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외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명은 최대한 낮추고, 무엇보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 등 화면이 있는 전자기기는 모두 끄는 편이 좋다. 본디 대부분의 동물들은 어두운 환경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므로, 캄캄해서 무서울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99호 (21.10.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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