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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국민절반 '벼락거지'됐는데, 집값은 물가 아니라고?[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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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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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1.10.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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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느닷없는' 가계부채 관리로 아우성이 터진다. 무려 11년 기다린 하남 아파트 예비 입주자는 "잔금대출이 막혔다" 성토하고 전세 갱신을 해야하는 세입자는 전세대출이 안 나와 발을 동동 구른다. 집값이 치솟던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에 손 놓았던 금융당국의 '변심' 탓이다. 올 상반기에라도 "연 6% 이상 가계대출 증가는 절대 안된다"고 했더라면, 은행이 실수요자 구분없이 대출을 중단하는 '생난리'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근본적으론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 극복을 이유로 한국은행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며 유동성을 푸는데만 집중한 것이 문제다. 2019년 7월 이후 한은은 금리를 네 차례 인하했다. 약 22개월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85조원 늘어 직전 같은 기간 증가액 58조원보다 46% 폭증했다. 이 기간 집값 상승폭은 30배 뛰었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쏠리는 사이 전국민의 절반은 '벼락거지' 신세가 됐다. 전국민의 보유 자산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40%는 무주택자다. 직장인은 번 돈을 한푼 쓰지 않고 수도권에서는 8년 이상을, 서울에서는 10년 이상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 그저 열심히 일만 했을 뿐 인데 일 해서 번 돈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이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집값은 포함돼 있지 않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60가구 품목으로 구성된다. 한은은 460개로 구성된 품목의 물가에 따라 유동성을 풀거나 흡수하는 통화정책을 편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관련 물가는 세입자가 내야 하는 월세와 전세 등 집세만 전체의 9.3%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

주요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집값을 물가에 직·간접적으로 넣는다. 미국은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상당액을 자가주거비로 계산해 물가에 포함시킨다. 전체 물가의 무려 33% 비중이다. 캐나다, 스웨덴은 집을 구매하면서 든 이자비용 등을 반영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은 아예 주택 취득가액을 물가지수에 반영한다. 집값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지면서 최근엔 유로지역도 2026년까지 자가주거비를 물가지수에 넣기로 확정했다.

한은은 지난달 말 '자가주거비와 소비자 물가'라는 이슈리포트를 발간하며 자가주거비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 하지만 리포트의 결론은 "필요성은 있으나 제약요건이 많다"였다. 자가주거비를 물가지수에 포함하면 통계의 변동성이 커지고 물가의 적시 반영이 어려울 뿐 아니라 국민연금 지급액 등 다른 정책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한계점만 나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무서워 가계빚이라도 동원하고 싶었던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방기했던 '변명거리'라도 있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관리' 하라고 독립성까지 보장했다. "통계의 연속성이 깨질까봐", "정확한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존립근거를 포기하겠단 말과 똑같다. 집값을 뺀 물가관리가 국민 절반을 벼락거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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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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