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인기 타고 전 세계 ‘열공’
RM이 쓴 ‘머선 129’ 1위 소감글
아미들 각국 언어로 번역해 공유
“한국어 가사 뜻 알고파” 공부도
하이브, BTS 내세운 한글 교재
英·佛 대학 한국어 강좌서 채택
세종학당 5년새 63곳 늘어 234곳
방탄소년단(BTS)이 10월2일 오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플라자에서 열린 '2021 더팩트 뮤직 어워즈(TMA)'에서 화려한 무대를 펼치고 있다. 더팩트 뮤직 어워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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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우주’ 짤막한 한글로 시작한 이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 2주 만에 조회수 약 4500만뷰를 훌쩍 넘겼다. 방탄소년단(BTS)과 콜드플레이가 만나 화제가 된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의 공식 영상이다. 가사 상당수를 차지하는 한글은 영어와 어우러져 자연스레 영상을 누빈다. “maeil bam nege naraga(매일 밤 네게 날아가).” 전세계 팬들은 BTS의 목소리를 들리는대로 받아적고 뜻을 공유한다.
#2. “머선 129(musun 129·무슨 일이고), 너무 감사하고 보고 싶습니다.” 지난 6월 BTS 리더 RM이 남긴 ‘버터’의 빌보드 1위 소감글에 전세계 ‘BTS 번역계’가 바빠졌다.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번역에 능한 팬 모임인 ‘BTS 번역계’는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말레이시아어, 브라질어 등으로 옮겼다. 이들은 ‘무슨 일이니?(what is happening?)’에서, 무슨(mooseun)을 경상도 사투리(satoori)인 ‘머선(musun)’으로 표현해 숫자 1, 2, 9와 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TS가 세계인들에게 한글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팝이 장악한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한국어 가삿말이 담긴 노래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참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해외 팬들이 앞다퉈 생겨나고 있다. BTS의 한국어 곡이 세계적 열풍을 끈 것은 ‘마이 유니버스’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말로 가사를 쓴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정상에 선 비영어권 노래라는 대기록을 썼다. 당시 미국 유력 경제 매체 포브스는 “가사의 대부분이 한글로 이뤄진 ‘라이프 고스 온’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에 뿌리를 둔 낡은 서구 음악산업의 관습을 전복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팬들은 BTS의 한국어 가사나 이들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보며 한국어를 따라 한다. 팝송을 들으며 영어를 공부하던 과거 한국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팬들은 영어 단어로는 말맛을 살리기 어려운 한국어를 ‘아민정음(BTS 팬덤 ‘아미’+훈민정음)’이라 부르며 소리 나는 대로 적어 공부하기도 한다. ‘소복소복(sobok sobok)’이나 ‘썸타다(Sseomtada)’, ‘연습생(Yeonseupseng)’과 같은 말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6월 방탄소년단(BTS)의 ‘버터’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리더 RM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남긴 글(맨위 사진). 해외 팬들은 RM이 남긴 ‘머선129‘라는 신조어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공유했다. 위버스·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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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소속사 하이브는 한글 공부 수요에 발맞춰 한글 교육 산업까지 뛰어들었다. 하이브 자회사 하이브에듀는 ‘런 코리안 위드 BTS(Learn! KOREAN with BTS)’라는 이름으로 영상과 학습교재를 내놓고 있다. “가자”라는 제이홉의 말을 통해 ‘ㄱ’을 배우고,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통해 ‘ㅂ’을 배우는 식이다. 지난해 8월 출간된 교재는 지금까지 30여개 국가에서 30만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영국 셰필드대와 미들베리대, 프랑스 에덱비즈니스스쿨 등 7개국 9개 대학이 해당 교재를 한국어 강좌 정식 교재로 사용할 정도다. 또 하이브는 지난 9일 한글날을 앞두고 BTS 한글 서체 그래픽을 활용한 굿즈도 선보였다.
해외에서의 한국어 열풍은 세종학당 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어를 전파하는 우리 정부기관인 세종학당은 올해 전 세계 82개국 234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36곳이 추가 신설된다. 세종학당의 수는 2017년까지만 해도 171개교에 그쳤다.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K팝이 젊은 감수성을 아우르는 세련된 문화가 됐고, 이로 인해서 한국문화가 우대를 받는 흐름이 생겼다”면서 “한국어와 한글이 그런 문화를 대표하는 현상 중 하나가 됐다. 한글로 노래를 부르면 세련되게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해외 팝에 한국어 피처링과 한국어 가사 삽입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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