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취임 후 첫 국회 연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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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앞으로의 국정 운영 구상을 공개했다. 일본의 당면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신뢰에 기반한 외교안보 등 세 가지를 들며, 각 사안에 대한 기본 인식과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대북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개발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일조(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 핵·미사일 등 여려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일조 국교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저 자신은 조건 없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서기(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결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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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일본 총리 언행 신중하라"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전날 북한이 일본의 납치 문제 대응에 불쾌함을 드러낸 데 이어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은 7일 홈페이지에 일본연구소 리병덕 연구원 명의의 글을 실어 "납치 문제는 2002년 9월과 2004년 5월 당시 일본 수상(총리)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그리고 그 후 우리의 성의와 노력에 의해 이미 다 해결됐으며 이것으로 완전히 끝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시다 수상이 취임하자마자 일부 나라 수뇌들과 가진 대화에서 납치 문제를 상정시켰다고 한다"며 "일본 수상은 조일(북일) 관계 문제와 관련한 언행을 신중하게 하라"고 경고했다. 취임 연설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언급한 기시다 총리를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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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납치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북한의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납북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납치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아직 납치 피해자들이 북한에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생존자는 모두 귀국해 이 문제는 끝났다"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대화마저 단절된 현 상황에서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가 이 문제를 거듭 언급하는 이유는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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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적절한 대응 요구할 것"
반면 40여분에 걸친 국정연설 중 한국에 대한 내용은 단 두 문장에 그쳤다.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갈등 현안과 관련해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도록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정권 입장과 동일하다. 중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한국 문제에 민감한 여론을 고려해 구체적 언급을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이날 연설에서 "미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유럽 등의 동맹·동지국과 연계해 미국·일본·호주·인도(쿼드)도 활용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대화를 계속해 공통의 여러 과제에 협력해 가겠다"고 표명했다.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여야의 틀을 넘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해 국민적 논의를 적극적으로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와 정부는 8일 기시다 일본 총리의 첫 국회 연설과 관련,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소통하며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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