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당심'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은 그러잖아도 중도 확장성보다는 내부 지향성이 뚜렷이 드러난 경선의 흐름이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후보들은 지난 3주간 여섯 차례나 토론회를 했으나 국가 운영에 대한 그들의 비전과 철학, 정책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공당, 더욱이 제1야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라면 후보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나라의 모습이 무엇인지, 이를 위한 어떤 정책과 대안을 준비했는지, 그 일을 왜 꼭 자신이 해야만 하는지를 설명하고 이에 관한 후보 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돼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네거티브와 상대방 흠집 내기, 프레임 씌우기와 같은 구태가 경선판을 뒤덮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역술 논란, 말싸움과 고성, 삿대질 등 온통 진흙탕 싸움뿐이다. 이러니 젊은 당 대표를 선출하면서 오랜만에 맛본 '컨벤션 효과'도 이번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반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무의미한 논쟁이나 벌이고, '꼰대 정당' 이미지를 강화하는 구태를 반복하더라도 강경 보수층을 향한 구애를 통해 당 후보로 뽑히기만 하면 내년 대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것인가. 유권자의 의식과 수준을 무시한 착각일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이 현 정부의 대안 세력으로 자처하려면 단순한 반사 이익을 뛰어넘는 비전과 정책부터 내놔야 한다. 종착점을 눈앞에 둔 더불어민주당 경선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으나 정권을 되찾아야 하는 야당과 수성에 나선 여당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과 진보층까지 아우르는 국가 경영의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길 바란다. 그래야 민주당도 위기감을 느끼고 야당보다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누차 지적했듯 좋은 정부는 좋은 야당이 만든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야당은 정부를 나태와 오만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정책 못지않게 도덕성 검증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둘 간의 균형이 심하게 깨졌다.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하다 보면 유권자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고, 다시 이를 증폭하고자 하는 힘이 세지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그렇게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다 한들 국가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약 한 달 후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퇴행적 행태로 혼탁해진 경선 분위기를 일소하고 실종된 비전·정책 경쟁을 되살려야 한다. 이번 대선만큼은 정치권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윈-윈하는 정치 축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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