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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난민 출신 여의사 "난민들, 수용국에 기여할 능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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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선정 '亞지역 난센 난민상' 수상자 살리마 레흐만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저는 기적과도 같은 주변의 도움으로 의사라는 오랜 꿈을 이뤘습니다. 이 결실이 지구촌 난민과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랍니다."

최근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21 난센 난민상 아시아 지역 수상자'로 선정된 살리마 레흐만(29)은 "저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 여의사인 그는 8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가장 열정을 쏟고 있는 분야는 여성 건강"이라며 "최근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개인 병원을 열었고, 긴급한 상황에 놓인 산모를 치료하는 데 힘쓰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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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선정 '아시아 지역 난센 난민상' 수상자 살리마 레흐만
[유엔난민기구 제공]


1991년 파키스탄의 한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그는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중증 합병증을 앓고 있던 탓에 가족 모두 레흐만이 제대로 태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을 정도였다. 병원은 가기 힘들었고, 의약품은 늘 부족했다.

그는 "의사라는 꿈을 품을 수밖에 없던 환경에서 자라난 셈"이라며 "어머니를 비롯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사회 여성들을 돕겠다고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제가 태어날 때부터 의사로 키우겠다고 다짐하셨던 분"이라며 "날 유치원에 보낸 날부터 '의사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셨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타국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이 오랜 시간 학교에 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난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기도 했고, 학교 문턱을 밟을 수 있는 여성 또한 극히 드물었다.

결국 가족 모두 고군분투한 끝에 레흐만은 1년에 단 한 명의 난민에게만 합격권을 주는 파키스탄 펀자브주의 한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수년간 학업을 이어간 그는 2015년 학위를 따내는 데 성공했고, 파키스탄 정착 난민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의사가 됐다.

학사모를 쓰던 순간 그간 거쳐왔던 많은 장벽이 떠올랐다고 한다. 여성이 공부한다는 사실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주변 시선은 여전했다. 그의 아버지에게는 딸을 학교에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거센 비난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레흐만은 "이제는 여성 아동 교육에 대한 관점에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내가 배운 모든 것을 쏟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배우지 못하고, 일하지 못한 여성은 더더욱 남성에게 의존하게 되고,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한다"며 "나를 롤모델로 삼은 성공 사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모두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모국도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지구촌 난민들이 수용국에서 올바르게 성장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선결 조건도 '교육'에 있다고 그는 말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이들이 배울 수만 있다면 기본적인 생계는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유엔난민기구 선정 '亞지역 난센 난민상' 수상자 살리마 레흐만
[유엔난민기구 제공]


그는 최근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에 아프간 난민이 도착하고 있다는 소식도 이미 알고 있다면서 "대부분은 나라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해 파키스탄은 의료진 부족에 허덕였고, 감염 우려로 병원을 찾는 것을 주저하기도 했죠. 그러나 저는 난민으로서 정착국에 보답할 기회라 여겨 환자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구성원 모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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