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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물가 9% 오를 때 쏘나타값 26% 인상… 현대차, 경쟁사보다 더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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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10년 동안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제품 가격을 큰 폭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한국GM·쌍용차 등 중견 완성차 업체들이 현대차·기아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은 현대차(005380) 가격이 수입차 모델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지만, 현대차의 가격 인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수입 브랜드가 현대차와 직접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비즈

현대차 세단 '쏘나타'./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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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비교 가능한 모델 가격 변화를 따져본 결과, 현대차 모델의 가격 인상폭이 다른 업체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78만대(상용차 포함) 이상을 판매해 내수 판매의 48%를 차지했다. 55만대를 판매한 기아(000270)를 포함하면 현대차그룹의 내수 점유율은 83.1%에 이른다. 반면 르노삼성은 9만대, 한국GM과 쌍용차는 각각 8만대씩을 파는데 그쳤다.

현대차의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의 경우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가격(기본 가격 기준)이 26% 인상됐다.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은 2012년 2020만원부터 판매됐는데, 2021년형 모델은 2547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약 9%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2년은 96.7, 2020년은 105.4였다.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과 같은 급인 르노삼성의 중형 세단 ‘SM5′의 2.0 가솔린 모델 가격은 2012년 2145만원에서 2018년 2155만원으로 6년 동안 가격이 거의 인상되지 않았다. SM5가 단종되면서 새로 나온 세단 ‘SM6′ 판매 가격(TCe 260)은 2450만원부터다.

한국GM의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도 가격 인상폭이 현대차만큼 크지 않다. 말리부는 2012년에 2.0 가솔린·2.4 가솔린 모델을 판매했는데, 현재는 1.35 가솔린·2.0 가솔린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2012년 2.0 가솔린 모델 가격은 2195만원이었고 2022년형 1.35 가솔린 터보 모델은 2364만원이다. 두 모델은 엔진이 다르지만, 비슷한 사양으로 꼽힌다. 2012년 2.4 가솔린 모델 판매가격은 3110만원이었는데 2022년 2.0 가솔린 터보 모델은 3022만원부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의 디자인과 옵션 등 품질이 다른 중견업체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현대차의 가격 인상폭이 높다”며 “현대차가 내수 판매량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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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현대차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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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SUV도 판매 가격이 많이 올랐다. 현대차 ‘투싼’의 가솔린 전륜구동 모델은 2012년에 1941만원부터 판매됐는데 2021년형은 2435만원부터로 약 25% 올랐다.

반면 한국GM의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의 가격은 2012년 1940만원에서 2022년 1885만원으로, 2016년 출시된 르노삼성의 ‘QM6′ 모델은 출시 당시 2770만원에서 올해 2465만원으로 오히려 인하됐다.

수입차와 비교해도 현대차의 가격 인상폭은 큰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세단 벤츠 E클래스의 경우 2012년 ‘E200′ 가솔린 모델(5850만~6570만원)과 2020년형 ‘E250′ 가솔린 모델(6300만원)의 가격 차이는 10% 미만이다. 폭스바겐의 SUV ‘티구안’ 역시 지난 10년 동안 가격이 거의 제자리였다.

현대차 차량 중에서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은 모델도 있다. 2022년형 그랜저 가격은 3303만원부터로, 2012년 가격(3048만원부터)과 비교해 255만원(8.3%) 올랐다. 몇 차례 모델 변경을 통해 차체가 커졌고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추가됐음에도 10년간 가격대가 비슷하다. 덕분에 그랜저는 2017년 이후 5년 연속 1위, 5년 연속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 기록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그랜저 가격 인상을 억제한 것은 수입차 모델 중 그랜저와 경쟁하는 모델이 많은 데다, 이전에 쏘나타를 구매하던 소비자가 상위 모델인 그랜저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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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SUV 모델 '렉스턴'./쌍용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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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현대차보다 더 큰 폭으로 판매 가격을 인상해 눈길을 끌었다. 쌍용차의 ‘렉스턴’은 2012년 디젤 모델이 2570만원부터 시작해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 디젤 전륜구동 모델(2705만원부터)보다 가격이 낮았지만, 2022년형 모델은 3737만원부터로, 싼타페(3122만원부터)보다 가격이 더 높아졌다. 가격 인상폭은 45.4%에 이른다.

쌍용차의 소형 SUV ‘코란도’의 가격 인상폭도 컸다. 코란도 디젤 사륜구동 모델의 경우 2012년 2175만원부터 판매됐는데 2022년형의 경우 2949만원부터로, 가격 인상폭이 35%를 넘는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 구매가 대폭 늘어난 것은 결과적으로 가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내수 제품의 가격 정책을 신중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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