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獨 총선 사민당 초박빙 1위… 16년 만의 정권 교체 좌우할 연정협상 '안갯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민당, 25.7% 득표하며 총선 승리
기민·기사와 득표율 격차는 1.6%p
1위 정당 아니라도 연정 구성 가능
기민·기사의 '총리 배출' 가능성도
녹색당·자민당이 캐스팅보트 역할
"누가 총리 되든, 독일 리더십 약화"
한국일보

26일 독일 연방의원 선거에서 1위를 차치한 올라프 숄츠 독일 사민당 대표가 27일 베를린 당사에서 성명을 발표한 후 꽃다발을 흔들며 웃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의 리더’로 불려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자를 정하는 독일 연방의원 선거가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사민당이 집권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중도우파)에 근소하게 앞서며 16년 만의 정권 교체를 위한 디딤돌을 놓긴 했는데, 양당 간 득표율 격차(1.6%포인트)가 워낙 작아 향후 연립정부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민·기사 연합 주도 연정이 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녹색당·자민당과의 정책 이견을 해소하는 게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7일 오전(현지시간)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 개표 결과 사민당이 25.7%를 득표하며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했다. 메르켈 총리가 몸담고 있는 기민·기사 연합은 득표율 24.1%를 기록, 2위에 그쳤다. 녹색당(14.8%)과 자민당(11.5%), 극우세력인 독일을위한대안(AfD·10.3%)이 각각 뒤를 이었다. 좌파당은 4.9%에 머물렀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는 전날 밤 총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자 “시민들이 다음 총리로 나를 원해서 사민당을 선택한 것”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한국일보

2021 독일 총선 각 당 의석수.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민당의 정권 탈환은 확실치 않다. 과반 득표 정당이 없고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기민·기사 연합이 이끄는 연정이 출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총선에서 최대 득표를 한 정당에 ‘연정 구성 우선권’을 주는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들과 달리, 독일은 득표율과 관계없이 모든 정당이 동등하게 연정 구성을 시도할 수 있다. 기민·기사 연합이 다른 정당들을 설득하면 된다는 얘기다.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 연합 총리 후보도 이날 “총선 1위를 한 정당이 항상 총리를 배출하는 건 아니다. 기민당 주도하에 연정을 꾸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은 이제 녹색당과 자민당에 넘어갔다.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 모두 극우 정당인 AfD와의 연합은 배제하고 있는 만큼, 연정 구성 기준(의석 수 368석)을 넘기려면 녹색당 및 자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힘을 합치면 416석의 ‘신호등 연정’이 탄생하고, 기민·기사 연합·녹색당·자민당이 합의하면 406석의 ‘자메이카 연정’이 출범하게 된다. 어느 경우든 독일에서 ‘3개 당 연정’이 꾸려지는 건 처음이다. 물론 2005년, 2013년, 2017년 총선 이후처럼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의 ‘대연정’이 재현될 수도 있지만, 총리 자리를 두고 두 당이 경쟁하는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한국일보

연립정부 구성 시나리오.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연정 출범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고, 오랜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정당 간 견해 차이가 만만치 않다. 우선 자유주의 친기업 성향인 자민당은 세금 인하, 복지정책 축소를 원하고 있어, 사민당보다 기민·기사 연합을 선호한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민당 대표는 “기민·기사 연합과 정책적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녹색당은 사민당과의 접점이 더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민당과 녹색당은 1997~2005년 적녹연정으로 독일을 함께 이끌었다”며 “이번에도 함께 정부를 구성하길 원한다는 신호를 보여 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나레나 베어복 녹색당 대표는 “새로운 시작을 할 때”라고만 말했다.

정당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연정 출범에만 5개월이 소요된 2017년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가디언은 “연정 참여 여부 결정은 물론, 합의 조건이나 장관 배분 등 세부적 사항을 논의하는 데에도 시간 제약이 없다”며 “메르켈 총리는 2017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이듬해 3월에야 연임이 공식 결정됐었다”고 설명했다.

연정 출범이 지연될 경우, 독일의 유럽 내 리더십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안드레아 롬멜레 베를린 헤르티스쿨 학장의 말을 인용해 “누가 총리가 되든, 당분간 유럽 정치에서 독일의 존재감이 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선거가 끝나면서 독일이 ‘메르켈 이후 불확실성’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