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폭염에 전력 부족 위기

"포스코 공장까지 멈췄다"…사상 최악 전력난 中, 대체 무슨 일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전세계 공급망 복합위기 ◆

매일경제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 제공 = 포스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이 사상 최악의 '전력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도로 곳곳의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부족으로 문을 닫는 공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반기 들어 경기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전력난으로 인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정책에 따라 중국 내 생산공장들이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폭스콘 계열사이자 애플과 테슬라의 핵심 제품 부품 공급 업체인 이성정밀(ESON)은 지난 26일 장쑤성 쿤산시에 위치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성정밀은 "전력 부족으로 인해 26일부터 오는 10월 1일까지 6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애플의 또 다른 부품 공급 업체인 유니마이크론과 콘크래프트도 각각 중국 내 공장 생산을 이달 말까지 중단했다.

닛케이는 "장쑤성에 있는 주요 반도체 공급 업체 역시 공장 생산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국의 전력난으로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도 중국의 전력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장쑤성에 있는 포스코 스테인리스 공장이 중국 정부의 전력 사용 제한으로 10월 초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아니라 중국 각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력 부족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23개 성 중 절반이 당국으로부터 전력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섬유 생산 업체, 대두 가공 공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고 있다"며 "특히 제조기업들이 몰려 있는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등의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제조업이 전력난으로 장기간 문을 닫게 될 경우 전 세계 공급망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루팅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력난이 확산되면 방직, 완구, 기계 등 분야에서 중국발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난으로 시민들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랴오닝성 선양시에서는 퇴근길 신호등이 모두 꺼지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지린성 지린시는 26일 주민들에게 내년 3월까지 전력 부족으로 인해 수시로 단전·단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전력난 이슈가 부각되자 27일 중국에서는 전력 관련 업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자쩌신넝, 신넝커지, 루샤오커지 등 8개 주식이 개장 직후 급락해 하한가(10%)를 기록했다.

국유기업에도 예외는 없었다. '중국 5대 전력그룹'에 속하는 궈뎬뎬리도 하한선까지 떨어졌고, 화뎬넝위안(-9.82%)도 하한선에 근접했다.

중국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력난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 이후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공급난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호주산 석탄은 과거 중국이 사용하는 발전용 석탄의 50% 이상을 차지했는데 중국이 아직 호주산 석탄을 대체할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반중친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호주에 보복 차원에서 석탄 금지 조치를 단행했는데 결국 자기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는 정책을 펼친 것도 전력난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때 전 세계에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여줘 중국 저탄소 경제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전력난이 점차 가중되자 블룸버그는 "중국의 진짜 위기는 헝다 사태가 아니라 전력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헝다의 경우 부채가 중국 은행권 총부채의 0.3% 정도여서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전력난의 경우 중국 정부가 갖고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