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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프 관계 악화에도… 진한 우정 나눈 양국 수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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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1년 체사피크만 전투 240주년 의미 기려

“미·프랑스 관계 더욱 공고히 하고자 노력 중”

세계일보

미국 해군의 제레미 펠스트링 대령(왼쪽)이 미 버지니아주 노퍽 군항을 방문한 프랑스 잠수함 ‘아메티우스’ 함장 에이미릭 셰퍼 중령과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미 해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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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출범 이후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하며 거의 240여년에 달하는 미·프랑스 동맹 관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그와 상관없이 두 나라 해군 장병들이 모처럼 진한 우정을 나눠 눈길을 끈다.

26일 미 해군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아메티우스’함이 지난 16∼19일 3박4일 일정으로 미국 버지니아주(州) 노퍽 군항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오커스 발족을 세계 언론에 발표한 것이 15일이고 당일 곧바로 프랑스 정부가 발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가 그야말로 살얼음 위를 걷고 있을 때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프랑스 핵잠수함의 미국 군항 입항은 올해가 1781년 체사피크만 전투 240주년이란 점을 기념하고자 계획됐다. 체사피크만 전투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미국과 동맹을 맺은 프랑스 함대가 체사피크만에서 영국 함대를 격파한 싸움을 뜻한다. 당시 해군은 물론 육군도 프랑스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미국은 체사피크만 전투 승리를 계기로 독립을 달성하게 된다.

이후 체사피크만 전투는 미·프랑스 우정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고, 더욱이 올해는 전투 240주년인 만큼 대대적 기념행사가 예고돼 있었다. 하지만 오커스 출범이 공개된 직후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원래 17일 열려고 했던 체사피크만 전투 기념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미 언론은 “프랑스 측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급랭한 지금 이런 행사를 여는 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양국 잠수함 승조원들 간의 교류는 파행을 겪지 않고 성사됐다. 프랑스 해군 장병들을 맞이한 미국 해군은 “1781년 9월 프랑스 함대가 체사피크만 해전에서 승리했고, 이는 미·프랑스 연합군의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240년이 지난 뒤에도 우리 두 나라의 위대한 해군은 물론 국가 간에 강한 유대의 전통으로 이어졌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미측은 “미국과 프랑스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 해군 잠수함 부대의 제레미 펠스트링 대령은 프랑스 핵잠수함 아메티우스를 이끌고 온 에이미릭 셰퍼 중령과 선물을 교환했다. 이후 두 나라 수병들은 부두 위에서 미군 측이 준비한 음식과 음료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한편 오커스로 촉발된 미·프랑스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전에 프랑스에 알리지 않고 오커스 동맹을 발족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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