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순 목소리 첫 보도 우에무라 vs 우익세력…영화 '표적' 상영
'김학순 보도' 우에무라 다룬 영화 |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金學順·1924∼1997) 씨의 증언을 처음 보도한 일본 언론인에 대한 현지 우익 세력의 공격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표적'(標的)이 내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시도가 확산하는 가운데 벌어진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朝日)신문 기자를 향한 공격과 이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우에무라의 모습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김학순 증언 첫 보도 |
우에무라는 "감금돼 달아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잊고 지내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나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김학순의 발언을 1991년 8월 11일자 아사히신문 오사카(大阪)본사판에 처음 보도한 언론인이다.
현재는 '슈칸킨요비'(週刊金曜日) 사장 겸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니시지마 신지 감독 |
당시 그가 재직 중이던 지역 민영 방송사인 RKB마이니치(每日)방송은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고용 연장의 기회를 포기하고 퇴직한 후 독립 제작사를 만들어 영화 제작에 나섰다.
영화는 아사히신문사를 조기 퇴직하고 호쿠세이가쿠엔(北星學園)대학 비상근 강사로 활동하던 우에무라와 그 가족이 우익 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우익 공격에 시달린 우에무라 전 아사히신문 기자 |
우에무라는 우익 세력의 협박으로 인해 학교를 떠나야 했고, 당시 고교생이던 딸은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날조 기자'라는 비난에 시달리던 우에무라는 자신을 공격하는 데 앞장선 우익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명예 회복을 꾀한다.
우에무라 비방한 우익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현실 속 사법이 외면한 진실에 주목한다.
김학순의 생전 발언 장면이나 나눔의 집에 머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은 증언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강제로 끌고 들어가서 자기 욕구만 채운다고 그냥…(중략) 뿌리치고 뛰쳐나오니 (군인이) 나와서 발가벗은 놈을 두들겨 젖히고 강제로 끌고 들어가고…매도 많이 맞았어요."(김학순)
위안부 동원 피해 증언하는 김학순 |
"군인인지 경찰인지 몰라요. (중략) 한 놈이 팔 하나 쥐고, (다른) 한 놈이 이 팔 하나 쥐고 무조건 끌고 가는 거야. 나는 그렇게 끌려갔어."(이옥선)
'표적'은 사쿠라이 저술의 모순점을 찾아내거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재임 중인 2014년 10월 국회에 출석해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성노예로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에 급급한 우익 세력의 행태도 기록했다.
영화 속 우에무라는 김학순의 목소리를 보도한 자신을 '날조 기자'라고 비난하는 것이 "우에무라만을 때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는 시대와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24∼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한 니시지마 감독은 "일본의 방송국이나 신문사에는 '위안부 문제는 금기이며 프로그램이나 기사로 다루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면서 "영화를 통해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하는 '당연한 사회' 실현을 추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니시지마 감독은 영화제 종료 후에도 한국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이 표적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번역과 한국 내 배급·유통 등을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적'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세 차례에 걸쳐 상영된다. 자세한 정보는 부산국제영화제 웹사이트(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51216&c_idx=361&sp_idx=518&QueryStep=2)에서 확인할 수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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