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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벼랑 끝 소방수 上] 대세 산업의 추락…마지막 도미노는 지방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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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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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은행은 중소기업과 지역민을 지원한다는 고유 역할이 있어요. 규모의 경제 탓에 지방 은행은 시중 은행에 밀리는데, 정부에선 모든 규제를 시중 은행과 똑같이 대고 있어요. 이런 잣대에 차이를 둬야 지방 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A 지방 은행장)


지방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60%이다 보니 지역 경제가 안 좋으면 바로 연체율이 높아져요. 시중 은행은 연체가 지속되면 경매로 팔 수 있어 부실률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이 60%고요. 중소기업이 어려우면 지방 은행은 같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거죠. (B 지방 은행 직원)


지역 살림을 책임지던 제조업이 고꾸라지자 지방 은행 역시 버틸 재간이 없었다. 주요 산업이 무너지자 협력 업체, 주변 상권, 지방 은행까지 도미노처럼 함께 쓰러졌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등장해 지방 은행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쉽지 않다. 금융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디지털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고 하지만, 이와 관련한 대규모 채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세 산업의 추락


자동차와 조선. 6개의 지방 은행(BNK부산, BNK경남, DGB대구, 광주, 전북, 제주은행)이 위치한 지역의 핵심 산업이다. 넓은 토지와 수출입을 위한 항구가 필수적인 중후 장대형 제조업이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건 당연한 순서였다.

실제로 부산ㆍ울산ㆍ경남엔 르노삼성 공장과 현대중공업이, 또 대구ㆍ경북엔 포스코, 광주ㆍ전남엔 기아자동차 공장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북엔 현대자동차와 타다대우 자동차 공장, 현대중공업이 있다. 이 같은 제조업은 해당 지역의 실질 지역 내 총생산(GRDP) 17~25%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3.8%)과 비교해 제조업에 쏠린 모양새다.

쏠림은 언제나 위험했다. 전 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제조업 쇠퇴, 경쟁국의 수주 확대,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 요소가 겹치면서 제조업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생산량이 줄자 회사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2018년 한국지엠 군산 공장이 끝내 문을 닫았다. 공장 폐쇄는 협력 업체와 지역 상권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 가동 중지 당시 50개가 넘는 협력 업체가 폐업했고 약 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방은행으로 도미노 효과


빈 주머니에서 은행에 맡길 돈은 나오지 않는다. 지역 경제가 위축되자 지방 은행도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수익 규모가 줄어드니 인재를 선발하기 힘들어졌다. 사람이 자원인 은행에서 인력이 없으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 예견된 결과였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모든 지방 은행에서 최근 10년간 등락을 반복했지만 하락세는 뚜렷했다. 2010년보다 2020년을 비교해보면 △경남은행 0.66% → 0.39% △광주은행 0.65% → 0.62% △대구은행 0.75% → 0.43% △부산은행 1.09% → 0.52% △전북은행 0.76% → 0.7% △제주은행 0.66% → 0.27%로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당기순이익 역시 이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59억 원으로, 광주은행(1037억 원)과 전북은행(775억 원)을 넘어섰다. 케이뱅크가 2분기 3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고, 다음 달엔 토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다. 시중 은행과 경쟁해 뒤처진 지방 은행으로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밀릴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타행을 넘어서기 위해,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따라가기 위해 인재 채용은 필수이지만 대규모 채용은 쉽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선뜻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2019년 공채를 진행하며 60명을 뽑았지만 지난해엔 20~30명만 선발했다. 광주은행 역시 같은 기간 공채를 50명에서 30명으로 줄였으며, 전북은행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방 은행장이) 경영난과 같은 고충 사항을 털어놓기도 한다”며 “(은행권의 미래 먹거리인) IT 부분의 경우 시중 은행은 여유를 갖고 투자를 하는데 지방 은행은 자금적 여유나 인력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문수빈 기자(bea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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