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었던 금융당국의 규제…24일 돼서야 실명계좌 발급 여부 알리는 가상화폐 거래소
아직도 남은 위험들…투자자들에게 남은 위험 세세하게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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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지난 24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이 마감됐다. 업계의 관심은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외 어떤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지에 몰렸다.
하지만 4대 거래소 외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곳은 없었다. 이에 폐쇄하거나 원화마켓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거래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명계좌를 발급 받지 못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들은 원화마켓만 운영하도록 금융당국이 정한 것이다. 이에 ISMS 인증을 받은 29곳 중 25곳은 가상화폐로 가상화폐를 매매할 수 있는 코인마켓으로 전환했다.
특금법 개정안이 정한 신고 기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금융당국이 요구했던 조건인 실명계좌 발급, ISMS 인증 등을 갖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충분한 기한이 주어졌으며 앞으로도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특금법 개정안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리고 앞으로 생길 규제도 특금법 개정안과 유사한 형태로 생길까. 향후 다시 생길 수 있는 규제를 위해서라도 특금법 개정안 신고 기한을 앞둔 상황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2시 ‘땡’치면 곧바로 폐업?
이번 특금법 개정안의 독특한 점은 기한이 도래하면 곧바로 폐업을 해야 하거나 코인마켓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금융당국은 문을 닫거나 코인마켓으로 전환할 경우 향후 30일 간 예치금이나 가상화폐를 빼갈 수 있도록 전담 창구를 운영토록 거래소에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규제는 신고 기한이 만료돼도 이후 폐업하는 시간 등 출구를 마련한다”며 “이번 특금법 개정안의 경우 신고 기간 동안 이슈만 계속 불거질 뿐 정작 투자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기간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특금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6개월이 지나고서야 갑작스레 코인마켓으로 전환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프로비트, 포블게이트, 캐셔레스트 등 가상화폐 거래소는 이달 들어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마켓을 열었다. 심지어 고팍스는 마감 기한이 다 돼서야 코인마켓으로 전환하고 후오비코리아도 당일에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6개월은 거래소들이 준비를 마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ISMS 인증을 받기엔 6개월은 짧은 시간”이라며 “거래소 입장에선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전술 택한 거래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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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규제에 맞서서 거래소들은 벼랑 끝 전술을 택했다.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는 신고 기한인 24일까지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8일 고팍스는 실명계좌 예약 이벤트를 열었다. 투자자 입장에선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고팍스의 행보였다. 후오비코리아 역시 24일에 실명계좌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고 공지사항을 통해 알렸다.
하지만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의 실명계좌 발급 무산 소식은 24일 당일이 돼서야 알려졌다. 피해는 투자자의 몫이었다. 고팍스에만 상장된 가상화폐 크레딧코인은 하루에만 80% 이상 떨어지는 등 엄청난 하락폭을 보였다. 후오비에서 거의 모든 거래가 이뤄지는 선컨트랙트 코인 역시 전일 대비 19.40% 급락하는 등 24일 이후 연일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거래소의 생명과도 관련 있지만 많은 투자자와 돈도 걸린 문제였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안내하지 않으면서 실명계좌 발급 가능성만 강조한 것은 일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 역시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이 무산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남은 위험들…투자자들 보호는 누가 하나
이에 특금법 개정안이 정교하지 못한 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 교수는 “특금법 개정안을 처음 만들 때 전 행정기구가 참여했어야 했는데 그러한 점이 미흡했다”며 “이미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부터 거래소들이 벼랑 끝 전술을 쓸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고 말했다.
특금법의 거친 규제와 거래소의 벼랑 끝 전술은 앞으로도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빗썸, 코인원, 코빗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실명계좌를 갖춰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신고를 했지만 수리가 안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리가 안 될 경우에도 곧바로 영업은 중단된다. 앞서 사라진 중소형 거래소와 달리 원화마켓을 운영해왔던 거래소이기 때문에 만약 신고 수리에 실패할 경우 피해도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해당 거래소들은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안내하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신고 수리가 안 될 경우를 충분히 투자자들에게 안내하고 설명해야 한다”며 “벼랑 끝에 서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볼모 삼는 행위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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