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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취재파일] 북 "남북 관계 회복 원하면…" 어르고 달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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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이 토요일(25일) 밤 내놓은 담화는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첫째, 남북 관계를 개선시킬 뜻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회복하려는 바람은 북한 역시 다르지 않다'며,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되면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여정이 구체적으로 밝힌 남북 관계 개선의 방향은 남북 간 원활한 소통, 종전선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것들입니다. 여기서 '남북 간 원활한 소통'은 남북 통신선 복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는 북한이 폭파한 만큼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북한이 남한에게 베풀어주는 시혜 중의 하나로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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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남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해 김여정은 대표적으로 '이중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의 군사행동은 '도발'이라고 하고, 남한의 군사행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라고 하는 이중 기준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해 각종 비난과 제재가 뒤따르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단아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서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러 건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됐고, 이 결의안에 따라 북한은 어떠한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돼 있습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개별적 주권의 영역이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안보리 제재 위반입니다. 이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됩니다.

김여정은 이중 기준과 함께 '대북 적대정책,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한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두 가지 메시지를 종합해서 보면, 남북 관계를 개선시킬 의향은 있으나 남한이 어떻게 하는지를 봐가며 하겠다는 것입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하는 우리 정부를 압박해, 북한이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시비 걸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김여정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



김여정은 이 같은 담화를 발표하면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꼭 밝혀두자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누가 봐도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것임이 분명한데, '개인적인 견해'라는 단서를 단 것은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입장을 바꿀 여지를 열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남한에 대해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늘어놓는 담화를 발표해놓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와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것에서, 남한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인상도 받게 됩니다.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 않겠다"며 경고한 것도 '북한이 내민 카드를 받을래 말래' 하며 어르고 달래는 식입니다.

'남북 관계 복원'과 '군사행동' 같이 할 가능성



북한의 태도로 볼 때, 북한은 앞으로 두 갈래의 행동을 같이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먼저, 남북 관계의 점진적 복원 조치입니다. 조만간 단절됐던 통신선을 복원하며 남북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통신선만 복원돼도 남한 내에서는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다시 제기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행동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유엔 제재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고, 거기에 대해 남한 정부가 뭐라고 하는지 지켜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군사행동에 시비 걸지 말라는 경고를 했는데, 남한 정부가 다시 문제를 삼는다면 남북 관계를 다시 중단시키면서 남한 정부를 압박하려 할 수 있습니다. 남한 정부가 임기 말까지 남북 관계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압박이 유효한 대남 카드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내건 조건에 밀려 우리가 할 말을 못해가며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준에 따라 줏대를 지키며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쿨'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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