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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등돌린 아베에 배신감?...日 스가, 차기 총리로 고노 공개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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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아베 계승'을 내세우며 집권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다음 주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중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일찌감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지지를 선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반기를 들며 '반(反)아베' 전선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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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웃으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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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는 23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노 담당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유로는 "백신 정책 총책임자인 그가 코로나19 상황 수습을 이어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지난 17일에도 고노 담당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기자단에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최근에는 자신의 측근들을 관저로 불러 "고노 쪽으로 가라"고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를 움직이는 건 아베에 대한 분노"



스가 총리는 제2차 아베 정권(2012.12~2020.9) 내내 관방장관으로 아베를 보좌했고, 지난해 아베가 지병을 이유로 물러나자 '아베 정책 계승'을 공약으로 내세워 총리가 됐다. 따라서 이번 총재 선거에서도 아베의 뜻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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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 춤마한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사나에, 노다 세이코 후보(왼쪽부터).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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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가 총리는 아베가 지지하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아닌 고노 담당상을 선택했다. 고노 담당상은 자민당 내에서 '아베의 적(敵)'으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손을 잡고 당 내 '아베 신조 전 총리-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이른바 '2A'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같은 '스가의 변심'은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등을 돌린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한다. 주간지 주간포스트는 최신호에서 "(스가) 총리를 움직이고 있는 건 '2A'에 대한 분노다. (자신을)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는 스가 측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리는 7월 도쿄올림픽 이전만 하더라도 "스가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올림픽 후 스가 정권 지지율이 연일 급락세를 보이자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8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쟁자 없는 무투표 재선'이라는 스가 총리의 구상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당시 다카이치 총무상의 출마 선언 뒤에는 "아베의 지원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계획이 빗나간 스가 총리는 총재 선거 일정을 뒤로 미루기 위해 '9월 중순 중의원 해산'을 구상했다. 이때 아베 전 총리가 전화해 "총재 선거는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 지금 해산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고노 지지로 '그림자 관방' 노리나



이후 간사장 교체 등 자민당 내 인사를 통해 반전을 꾀했지만 사사건건 아베와 아소의 벽에 가로막혔고, 고립된 스가 총리는 결국 '연임 포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스가 총리와 가까운 국회의원도 교도통신에 "아베 전 총리는 최종 단계에서 스가 총리에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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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리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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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노 담당상이 총리직에 오를 경우 그를 공개 지지한 스가 총리가 어떤 역할을 맡을 지도 주목된다. 일본 언론들은 고노 담당상이 당선될 경우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다시 자민당 간사장으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현 환경상이 관방장관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노가미 다다오키(野上忠興)는 주간포스트에 "젊은 '고노 총리-고이즈미 관방장관' 체제에서 관료 조직을 움직여 개혁을 실행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가 총리가 이른바 '그림자 관방장관'으로 관료들을 움직이며 고노 정권을 뒤에서 지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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