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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核 밑장빼기 논란…北 "美, '조선적대'…종전선언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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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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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은 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으로 열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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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을 두고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지만 북측은 이른바 '대북적대 정책'부터 철회하라며 맞섰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최근 각각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ICBM(대륙간 타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군비경쟁에 부담을 느낀 북측이 남측과 미측에 군사활동 축소를 '종전선언 합의 조건'으로 요구한 격이다. 그러면서도 북측은 '한반도 군비 경쟁·대북 제재' 원인으로 꼽히는 핵 개발에서 먼저 손을 뗄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종전선언 구상이 불발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대북 문제 전문가는 북측이 사실상 '밑장빼기'를 연상시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밑장빼기란 도박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패는 선점하고 상대를 불리한 조건으로 밀어넣기 위해 패를 변칙적으로 돌리는 술책을 말한다. 반면 북한 당국은 "종전을 열 백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며 한·미 압박에 나섰다.


北 "종전 열 백번 선언해도 달라질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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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9.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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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23일 담화에서 "종전선언이라는것은 지금까지 장기간 지속되여오고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것을 공개하는 정치적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면서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비난했다.

리 부상은 "올해 2월과 8월에 미 본토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진행된 미니트맨-3 대륙 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5월에 전격 발표된 미국 남조선 미사일지침 종료 선언도, 일본과 남조선에 대한 수십억 달러분의 무장장비판매승인도 모두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것은 세상이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마 전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추진잠수함건조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한데 대해서도 우리는 각성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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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잠수함 발사시험이 15일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이날 악천후 속에서 실시된 SLBM의 잠수함 발사시험 성공은 세계 7번째다. 사진은 15일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는 SLBM 발사 모습. (국방부 제공) 2021.9.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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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을 두고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미 종전선언이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미국 남조선 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한미동맹을 문제 삼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도 비판했다. "조선반도와 주변의 지상과 해상, 공중과 수중에 전개돼있거나 기동하고 있는 미군 무력과 방대한 최신 전쟁 자산들 그리고 해마다 벌어지는 각종 명목의 전쟁연습들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날이 갈수록 더욱 악랄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북측은 한반도 군비경쟁의 책임 소재를 외부로 돌리는 발언을 이어왔다. 북한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5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이튿날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에선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도 포착됐다. 결국 북측이 남측의 SLBM 개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핵개발·탄도미사일 발사는 단념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SLBM은 본토가 핵 공격 등 선제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보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무기다.


北, 불법 핵무기 개발→군비경쟁 일환으로 치부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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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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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을 군비경쟁으로 치환하는 논리를 종전선언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한국이 개발 및 도입하는 무기와 같은 수준에서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대입하여 군비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정당화하는 시도다. 최근 북한의 담화는 모두 같은 논리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군비경쟁이 갈수록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미가 종전선언 카드를 실질적인 군비축소로 이어지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대화에 호응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내의 틀 속에서 종전선언을 이벤트적으로 다루거나 협상칩의 하나로서 자신들을 대화로 불러내는데 사용하는것에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라며 "보다 근본적인 군사적 적대관계를 포함한 대북적대정책 폐기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한 종전선언 논의 참여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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