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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비밀의숲’이냐 ‘아수라’냐···"경기도 주단태" 국민의힘 대장동 의혹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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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이 추석 연휴 내내 이른바 ‘대장동 의혹’을 부각하며 공격 태세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국민의힘은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시장의 비리를 다룬 영화 <아수라>에 비유하는 등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총공격을 펼쳤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박지원 게이트’ 프레임을 내놨다가 여의치 않자 한발 물러서는 등 수비에 급급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대선 유력 주자에게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자 공수 전환의 계기로 삼고,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긴급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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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대장동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해야한다고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거부한다면 이재명 후보는 숨겨야 할 커다란 비리의혹이 있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며, 이낙연 후보는 그 비리의혹을 비호하는 동조세력임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당내에 운영 중인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를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로 전환하고, 앞으로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청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 지사를 업무상 배임에 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총력전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자료요구에 대해 성남시와 경기도, 증권금융기관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일체의 숨김 없이 성실히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의 김만배 대주주를 비롯해 국정감사에 부를 17명증인의 실명을 거론했다. 김경률 회계사 등 참고인 2명도 제시했다. 계좌추적이 필요한 대상자라며 15명의 성씨를 공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천대유 고문으로 있으며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공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사후수뢰죄’ 아니면 ‘변호사법 위반’ 중 하나가 의심된다는 취지로 비판하며 “이래저래 대장동에서 감옥에 갈 분들이 하나 둘 늘어만 간다”고 적었다.

대선주자들도 나섰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의혹 대상자가) 민주당 후보라고 해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현 정부의 사정 기능을 보면 다른 진영의 일은 없는 것도 만들어가며 가차 없이 임하는데, 자기 진영의 일에는 그 기능이 스톱한다”며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공수처가 다 입을 다물고 있는데, 그분들이 어떤 입장인지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장동 의혹’ 관련된 글만 6개를 올렸다. 홍 의원은 전날 올린 글에서는 “야당에서 특검법 제출하면 민주당은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그걸 받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차기 대선은 대장동 비리 대선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사건은 단군이래의 최대의 공익환수가 아니라 단군이래 최대의 사익편취”라고 공격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 SNS에 이 지사 측에서 국정조사나 특검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거론하며 “비겁한 도망자”라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전날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번 추석 화천대유 하라”며 “투자금의 천배 이상 대박이 나고 일확천금하시라는 덕담”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의 대장동 총력전은 이 의혹을 계기로 대선 정국에서 공수를 전환해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전 총장에게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으로 국민의힘은 수세에 몰렸다. 국민의힘이 대응책으로 박지원 국정원장 개입설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코너에 몰리던 국민의힘이 여당 주자인 이 지사가 중심에 서 있는 대장동 의혹이 나오자 즉시 총력전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론의 관심을 고발 사주 의혹에서 대장동 의혹으로 돌리기 위해 드라마와 영화까지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앞서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의 정치 개입을 다룬 인기드라마 <비밀의숲>에 비견됐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을 두고 시장을 비리를 다룬 영화 <아수라>에 비교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 “꼭 영화 ‘아수라’를 보는 기분”이라고 적었다. 홍 의원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지사를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주인공에 빗대어 “특검 못받겠다는 이재명, ‘경기도 차베스’ 아닌 ‘경기도 주단태’에 불과했나”라고 공격했다.

박순봉·심진용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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