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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진핑 "왕으로 군림하지 않을 것, 中 세계평화 건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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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6회 유엔 총회에서 화상 연설
- 사실상 美 겨냥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 지양"


파이낸셜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제76회 유엔 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리(중국)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타국을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으며 왕으로 군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정치적 조작을 반대하며 소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구체적으로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중국의 외교 방향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21일(현지시간) 제76회 유엔 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중국은 시종일관 세계 평화의 건설자, 글로벌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 공공재 공급자이며 새로운 발전을 통해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은 전염병 퇴치 협력과 경제 회복, 다자주의 강화 등에 대한 내용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만연한 격동의 시기인 만큼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중대한 전투에서 힘을 합쳐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경제를 되살리고 친환경적이며 건강한 세계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해 균형과 조정, 포용의 새로운 단계로 나가야 한다고 시 주석은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전염병의 경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백신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전 세계에 배포해야 한다면서도 중국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과학적 추적을 지지하며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조작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9년 12월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이후 중국 기원설을 주장하는 미국의 공세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자국의 일부를 개방한 후 ‘중국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미국 군사시설도 같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반격하고 있다.

시 주석은 또 상호존중과 상생 협력의 국제 관계를 실천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미국의 동맹 결집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를 열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의 전유물이 아니며 외부의 군사 개입과 이른바 민주 개조라는 것은 해악을 끼쳤다는 것을 증명했다”면서 “소규모 그룹과 제로섬 게임을 지양해야 하며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나라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중국 정부의 내·외부 성명과 입장들을 고려하면 외부 군사 개입이나 민주 개조는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과 미군 철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소규모 그룹과 제로섬 게임은 미국 중심의 동맹·우호국 결집을, 한 나라의 성공·실패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각각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제와 동맹국 결집 등이 결국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안보 협의체)를 격상시키고 △오커스(미국·호주·영국의 안보 파트너십) 설립하며 △주요7개국(G7)에서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견제용 '더나은 세상 재건'(B3W) 출범을 합의한 것 등의 목적이 중국 경제라는 것이다.

시 주석이 연설에서 “중국은 왕으로 군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중국이 “예전과 다르다”거나 2035년까지 미국을 뛰어넘는 강국으로 굴기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시 주석은 “개발도상국의 특수 요구에 주목해 채무유예, 개발원조 등 방식으로 취약국가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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