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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그들 없이 보내는 첫 번째 추석”… 광주 철거건물 붕괴 ‘희생자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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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효 행정부시장 “법·제도 개정이 희생자 한 푸는 길”

증인신문대상 겹치고 절차 중복에…재판 병합 목소리도

세계일보

추석 당일인 21일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 붕괴참사 현장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현장에서 추석인 21일 ‘희생자 추모제’가 엄수됐다.

이날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4구역 붕괴 참사 현장에서 열린 추모제에는 유족들과 김종효 광주시 행정부시장, 임택 동구청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진의 붕괴 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그들 없이 보내는 첫 번째 추석”이라며 “이유도 모른 채 청천벽력의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고인들을 생각하면 마냥 지나가는 하루로 여길 수 없어 추모의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찌 몇몇 문자와 문장으로 이 분들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할 수 있겠느냐”며 “여기 남은 우리 아홉 가족은 사랑하는 그분들을 참사의 제물로만 기억하도록 두지 않고, 단순한 희생자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종효 행정부시장은 애도사에서 “이번 사고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인재였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과 제도 개선 만이 희생자들의 한을 풀고 유족의 눈물을 닦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주시는 유족들과 끝까지 뜻을 함께하면서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더이상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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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21일 광주 동구 학동 붕괴참사 현장 옆에서 희생자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희생자를 위한 헌화·분향 추모를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6월9일 오후 4시22분 이 곳에서는 5층 규모 철거 건물이 무너져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한편 당시 부실 철거에 개입한 당사자들의 재판은 병합되지 않고 별건으로 진행되고 있다. 광주지법에 따르면 부실 철거를 지시·이행하거나 감독을 소홀히한 혐의로 재판 중인 피고인은 감리자, 하도급 업체 및 원청 현장 관계자 등 8명과 업체 3곳(HDC 현대산업개발·한솔기업·백솔건설)이다.

이들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공통적으로 적용받고 있지만 재판은 합의부 1곳(형사11부)과 형사2단독 박민우 부장판사, 형사8단독 박상수 부장판사, 형사10단독 김용민 판사 등 단독 재판부 3곳에서 별도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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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21일 광주 동구 학동 붕괴참사 현장 옆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순차적으로 기소했으나 사실상 같은 쟁점을 다투고 있다며 사건을 병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법원이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결국 4차례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모두진술이 매번 반복됐고, 신청 증인들도 상당수 겹쳤다.

형사 11부 정지선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재판에서 합의부가 사건을 맡는 쪽으로 다른 재판장들과 논의했으나 일단 각 재판부에서 첫 공판을 한 뒤 결정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재판장들은 “형사소송법상 재판 병합은 합의부에서만 결정할 수 있고 증인신문을 진행하면 그 재판장이 판결까지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인신문 대상이 겹치고 각 피고인이 서로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등 재판 절차가 계속 중복되면서 재판 병합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나자 “(당시) 끔찍한 상황을 반복해서 들어야 해 괴로웠다”며 “피고인들을 한자리에서 재판하면 될 텐데 왜 법정을 옮겨가며 이 피고인이 저 법정의 증인이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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