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푸틴 이끄는 집권당, 러시아 총선서 압승… 투표 강요 등 부정선거 의혹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 지지율은 하락… "민생 불안·부패 의혹 영향"
야권 인사 출마 저지·3일간 투표… 투명성 우려
허위 투표지 투입·투표 강요 등 부정선거 정황
한국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총선을 이틀 앞둔 15일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연방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이번 총선은 2024년 러시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러시아 안팎에서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오전 개표가 80% 진행된 상황에서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이 득표율 49.4%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제1야당인 공산당은 득표율 19.8%, 극우민족주의 성향 자유민주당은 7.5%,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의러시아당은 7.3%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창당된 중도 우파 성향 ‘새로운 사람들’도 득표율 5.3%로 의석 배정을 위한 최저 득표율인 5% 선을 넘었다.

승리가 확실시되자 안드레이 투르차크 통합러시아당 사무총장은 “깨끗하고 정직한 승리”라고 자축하며 “하원의석 450석 중 315석 이상 차지했다”고 밝혔다. 집권당이 독자적으로 헌법 개정을 성사시킬 수 있는 개헌선(3분의 2 의석)을 웃돈다.

다만, 정당 지지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총선에선 득표율 54%로 343석을 확보했으나, 이번엔 의석을 다소 잃었다. 영국 BBC방송은 “민생 불안과 부패 의혹 등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선거 과정도 혼탁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부패재단은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고, 나발니 측근을 포함한 야권 인사 수십 명은 나발니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거부당했다. 출마가 허용된 야권 인사들도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하루만 했던 투표를 17~19일 사흘에 걸쳐 확대·실시해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권은 허위 기재된 투표용지 투입, 공무원에 대한 투표 강요 등 부정 선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유권자들이 투표소 밖에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독립적인 투표 감시기구 ‘골로스’는 “투표를 강요당했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며 “부정 투표 신고가 4,500건 이상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내무부는 “중대한 위반은 없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BBC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선거 참관인들이 러시아 당국의 제한으로 이번 선거를 참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나발니 진영은 푸틴 대통령의 야권 탄압에 맞서 ‘스마트 보팅(Smart voting)’ 운동을 벌였다. 스마트 보팅은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들을 보이콧하고 경쟁력 있는 야당 후보를 지지하도록 촉구하는 선거운동이다. 나발니는 옥중 메시지를 통해 야당 후보 추천 목록을 담은 ‘스마트 보팅’ 앱을 내려받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앱은 러시아 당국의 압박으로 투표 첫날 구글과 애플 스토어에서 삭제됐다. 야권 인사 레오니드 볼코프는 “거대 기술회사가 푸틴 대통령의 협박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