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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안 오른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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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찔끔 오른다.” 최근 은행들이 연이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 인상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78%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말(2.7%) 대비 0.08%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가계대출로 좁히면 같은 기간 2.62%에서 2.99%까지 0.37%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이 0.36%포인트 올라 2.81%, 일반 신용대출은 0.97%포인트 크게 올라 3.89%를 기록했다.

저축성 수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0.97%로, 1년 동안 0.15%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이 0.91%까지 0.11%포인트 올랐는데, 정기적금은 1.14%로 0.02%포인트 떨어졌다. 가계가 체감하는 대출금리 조정 폭이 예금금리보다 높았던 이유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지금의 대출금리 상승세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요구에 따른 조치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예대 마진을 노리고 대출금리만 올린다는 식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후 가계부채는 급증세를 보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 5∼6% 이내로 조절하라고 압박했고, 은행들은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올려왔다.

일부 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상품 신규 취급을 중단하자 대출 수요가 다른 은행들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풍선효과를 막으려면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당국의 요구에 맞춰 대출 수요를 줄이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보다는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보다는 일부 고객에게만 해당되는 우대금리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출금리가 아니라 우대금리를 조정했기 때문에 모든 고객의 대출금리가 오른 건 아니다“며 “당행의 경우 대출금리보다 예적금 금리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예대율은 100%에 가까워 예금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은 적은 상황이다. 예대율은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로, 100을 넘으면 대출이 많고 100보다 작으면 예금이 많다는 의미다. 대출금이 너무 많다면 예금금리를 올릴 유인이 되지만, 지금은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예대율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9월말 LCR(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완화 조치가 종료되면 예금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국이 6개월 연장을 결정하며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다만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5대 시중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0.05∼0.4% 인상했듯, 오는 10월 혹은 11월에 기준금리가 또 오른다면 예금금리도 따라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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