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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테러와의 전쟁’ 선언 20년…세계의 경찰 졸업은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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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테러와의 전쟁’ 선포 20년

소요 비용 8조달러, 사망자 90만명 추산

美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는 中·러 겨냥

아프간 패전·테러리즘 지속에 회의론도

세계일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서 열린 9·11 테러 20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생크스빌=AP연합뉴스


“테러와의 전쟁은 알카에다와 함께 시작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테러리스트 집단을 발견하고, 물리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2001년 9월 20일)”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9·11 테러’로 공격당한 이후, 전 세계 테러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도 어느덧 20년을 맞이했다. 20년 후인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며 ’테러와의 전쟁’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했다.

종료를 선포했다고 20년의 전쟁이 모두 끝난 것일까.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은 ’테러와의 전쟁’ 이후 시대를 준비하기에는 미 행정부가 치러야 할 계산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분석한다.

◆‘테러와의 전쟁 영수증’ 8조弗, 사망자 90만명

19일(현지시간) 미국 브라운대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 보고서가 추산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한 소요 비용은 총 8조달러(9428조원)에 달한다. 20년간 전쟁 사망자도 90만명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년간 전쟁과 관련한 직접 비용과 향후 30년 간 참전용사 치료·돌봄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2001년부터 내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비용은 총 5조8430억달러(약 6886조원)이며, 2050년까지 참전용사 치료 등 돌봄에 2조2000억달러(약 259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브라운대는 예상했다.

사망자는 이라크전에서만 최소 27만5000명이 나온 것으로 추정돼 가장 많았다. 이라크전은 2003년 3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8년여 만에 끝났지만, 최다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어 시리아·이슬람국가(ISIS) 26만6000명, 아프가니스탄 17만6000명, 예멘 11만2000명, 파키스탄 6만6000명 등 순이었다.

미 행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테러와의 전쟁 영수증’ 결재만 마치면 전쟁을 모두 끝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다른 형태의 전쟁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테러리스트 제거를 위한 ‘드론 폭격’등 선제 공격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개인정보 수집 등이 그것이다.

비용을 추산한 브라운대 연구진은 “미국은 9·11 테러에 전례가 없는 규모·범위·기간의 전쟁으로 대응했지만, 비용 지출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철군하더라도, 계속 전쟁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체 복스(Vox)도 ”미국 정부가 공식·비공식적으로 테러리스트를 살해한다는 명목으로 폭격을 가한다는 사실에 익숙해졌다”며 “국가안보국은 페이스북, 구글 등과 협력해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한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고 설명했다.

◆패전한 美…포스트 ‘테러와의 전쟁’에 회의적 시각

실제 미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이후 안보 정책은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종전 선언 기자회견에서 “세상은 변하고 있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러시아의 여러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며 “사이버 공격과 핵확산에도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 경쟁에서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는 테러리즘과 싸우고 새로운 위협에도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해 나섰던 테러와의 싸움에서 벗어나, 이제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과 러시아에 눈을 돌려 패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포스트 ‘테러와의 전쟁’의 밑그림이 보이는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이 성공적으로 새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아프간 전쟁에서의 실책이 결정적이다. 아프간은 결국 탈레반에게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수많은 오판을 저질렀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를 바이든 행정부에 맡길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테러세력은 여전히 건재한 점도 부담이다. 알카에다는 미군을 놀리듯 9·11 테러 20주년에 맞춰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새로운 메시지를 발표했다. 알 자와히리는 사망설이 돌던 중이었다. 미국 군사정보국(DIA)은 “1∼2년 내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재건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미국 대테러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만 조지타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테러리스트는 엄청난 기회주의자로, 항상 기회를 찾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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