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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달러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증권가 “강달러 베팅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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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금, 달러 등 안전자산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미 달러화 가치를 띄울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조선비즈

3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방지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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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원화 환율은 1150원에서 117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300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은 올해 초에는 1082.1원까지 내려왔었다.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 원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이 이르면 올해 안에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로 인한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한 것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번 달러화 강세를 두고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특징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달러 스마일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거나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일 때 안전자산 수요, 성장 격차 확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선다.

달러 관련 상품 수익률도 고공행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상장지수펀드(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1.46%다. 기초지수인 미국달러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강달러 베팅이 늘어나면서, 달러화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 규모가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업황 우려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우려 등 악재로 빠져나간 것도 원화 약세에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와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의 수익률도 모두 11%를 웃돌았다. 반대로 달러 가격이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키움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미래에셋TIGER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삼성KODEX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ETF 등은 10% 넘게 하락했다.

달러화 전망에 대한 증권가 시각은 엇갈린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달러화가 국채 금리와 통화정책 움직임에 따라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달러화가 금리 상승 등과 무관하게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프랑스 은행인 크레딧 아그리콜(CA)은 연말까지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테이퍼링이 단기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채권과 금리 상품에서 수익을 내려는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달러화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가 법률로 정한 연방정부의 부채 비율 한도를 결국에는 상향할 수 있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점치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은 부채 상한선인 22조300억달러(한화 약 2경6095조원)를 넘겨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채 한도가 조정돼 채권이 다시 발행되기 시작하면 달러 유동성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다른 나라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미 정부의 부채 관리 문제가 꾸준히 불거질 가능성 등은 변수로 꼽혔다. 글로벌 백신 접종 확대와 각국의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 전환 가능성 등도 강(强)달러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화 강세는 이미 10년 이상 이어져 왔다”며 “신흥국 경제규모는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미국 정부의 부채 관리 문제가 언제든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화 가치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올해와 내년 원화 환율을 각각 1110원, 1050원으로 제시했다. 달러화 약세와 중국 위안화의 완만한 강세, 한국 수출의 역대 최고치 경신 등이 원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과 신흥국 시장이 백신 접종을 발판 삼아 회복되면서 달러 약세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됐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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