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숨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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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살려달라."
자영업자(소상공인) 분향소가 마련된지 이틀째인 지난 17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었지만 서울 도심에선 전혀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맥빠진 점주들이 자리를 지키곤 있었지만, 안부를 묻는 기자에게도 냉소적 태도를 보이며 날이 서 있었다. 서울 종로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실질적인 대책없이 코로나19(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만 키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6일 경찰과 대치 끝에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 3번 출구 앞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비대위는 지난 13~14일 회원제보를 통해 올해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 사례 22건을 확인하고 분향소를 설치했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대변인)은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는 생존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지원 유예 등 금융지원 정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6개월짜리 단기처방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최근 연이은 자영업자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이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 노원구에서 40년째 안경점을 운영해온 A씨는 "힘들다는 얘기는 뻔해서 별로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50석 규모 중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영업은 못하게 하고 대출만 늘려주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영업환경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며 "주변에선 보통 3000만~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 돈을 빌려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감당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9시 54분 추석 대목을 맞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광성상가의 모습. /사진=성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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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에게 금융문턱은 높았다. 금융지원이 대국민 재난지원금보다는 다소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저신용자 등이 많은 자영업자에겐 금융기준이 여전히 높다고 토로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10평(33㎡)이 채 안되는 카페를 운영 중인 C씨는 "돈을 빌리려고 알아봤지만 부담스러워 포기했다"며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자영업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D씨는 "이자갚는 것만 미뤄준다고 하면 급한 불은 꺼질 듯 하다"며 "자영업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대출회수 계획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역시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결정에 대해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하면서도 이들의 경영부담을 최소화하는 조치들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의 이번 추가연장이 일선 창구에서도 이행 조치가 잘 이뤄지도록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상화방안 마련과 연착륙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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