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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애매한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 탓에 국민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급 대상 비율도 가구 수냐 인원수냐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아직도 다투면서 정확히 국민 몇 %가 받을지는 지급이 끝나봐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급 열흘 만에 이의신청도 30만건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이의신청 심사 결과가 애매하면 가능한 한 주는 쪽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선별 지원금'이 아니라 '재량 지원금'이 됐다는 냉소마저 커지고 있다.
당정 간 협의를 통해 전 국민 88% 재난지원금을 결정해 추진한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오후 늦게까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88%라는 비율의 개념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인용해 국민지원금 지급률이 전 국민의 83.7%로 애초 정부가 약속한 88%에 미치지 못한다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쏘아붙였다. 박 의원이 내민 자료는 지급 인원수를 기준으로 한 자료였다. 행안부에 따르면 전체 국민 5166만9716명 가운데 4326만517명이 지급 대상으로 비율로 따지면 83.7%가 나온다.
이에 홍 부총리는 즉각 "전 국민의 88%는 가구 기준"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3~4인가구가 지급 요건이 안 되면 가구원이 모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인원수 기준으로 보면 88%보다 적다"며 "국회에서 의결했을 때도 가구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의원은 "국민 수 기준으로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 우리가 잘못 전해드린 것이냐. 이게 당의 문제인가"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정치권에선 또 다른 숫자가 등장해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이날 전봉민 의원실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자 중 국민지원금 지급대상자는 8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역가입자, 직장가입자, 직장피부양자 등 건보 가입자 약 5140만명 가운데 지급대상자는 약 414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 건보료 기준을 완화한 것을 반영한 수치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건보 가입자만 본 수치임을 감안해도 차이가 크다"며 "정부의 추계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9일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소득 하위 88%로 정한 지급 기준을 90% 정도로 올리겠다"고 발언해 혼란을 키웠다. 박 정책위의장은 불용 예산을 활용하면 3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국민들이 지급 기준을 또 바꾸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그는 15일 다시 라디오에 출연해 "이의신청을 최대한 구제하는 것일 뿐 지급 대상 기준 88%는 변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도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의 인위적 확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가구 기준으로 88%가 받는다고 홍보하고 여당에서 90%까지 얘기가 나오니 국민들이 '이럴 거면 그냥 다 주지 뭐하러 선별지급을 하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이 같은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란이 가중되면서 15일까지 접수된 국민지원금 이의신청 건수는 신청이 시작된 지난 6일 이후 열흘 만에 30만건을 넘어섰다.
한편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시민들에 대해 자체 예산으로 직접 지원에 나서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전날 국민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도민 254만명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6348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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