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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시민이 준 국회의원 ‘책임’을 ‘기득권’으로 던져버린 이낙연과 윤희숙 [기자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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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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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지난 15일과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사퇴를 요청하는 발언을 동료 의원들에게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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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지난 13일과 15일 국회 본회의장 동료 의원들 앞에 섰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1년 5개월 만에 금배지를 반납하기 위해서였다.

윤 의원은 사퇴의 변 첫마디부터 “책임”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지역구민에 대한 무책임이라는 지적은 백번 타당하다”며 사퇴에 대한 비판도 인정했다. 그러나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공인으로서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농지법 위반 의혹 수사를 받게 된 마당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것이었다. 5분 발언 동안 책임이라는 단어만 13번을 썼다. 지난달 27일 사퇴 선언 회견에선 “(내 사퇴는) 기득권 없이 국민 눈높이를 지키는 정치”라고 했다.

사퇴하게 된 사정은 달랐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사퇴를 설명하며 한 말들은 윤 의원과 묘하게 비슷했다. 이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임기 4년의 국회의원을 맡겨주셨지만 여러분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게 돼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대부분 사과로 시작해 사과로 끝났다. 발언 중간 울먹이기도 했다. 사퇴에 대한 민심의 비판을 부쩍 의식한 모습이었다. 지난 8일 사퇴 선언 당시에는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의원직을 ‘던지거나’, ‘버리거나’, ‘내려놨다’. 자신의 대선 행보를 위해, 자신의 결백을 위해서였다. 그들의 표현에는 의원직을 던지거나 버리거나 내려놓을 ‘권력’과 ‘기득권’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들을 뽑은 시민과의 인식차는 커보였다. 이들이 ‘책임’과 ‘사과’를 힘줘서 말한 것 역시 스스로의 사퇴가 떳떳하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혔다.

두 사람을 보고 시민들은 묻는다. “우리가 언제 당신들에게 기득권을 드렸나요.” 4년짜리 위임받은 책무를 저버리면서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식의 발상은 시민들을 의아하게 할 뿐이다. 시민들은 두 사람에게 우리를 위해 일할 기회와 권한을 잠시 줬을 뿐이다.

정치가, 정치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이 책임지고 지켜내야 할 시민들에 있다. 4년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해내지 않으면서 정치 혐오와 불신을 자초하는 이들에게 시민들의 선택은 무섭게 되돌려질 수 있다.

1년 5개월 전 이 전 대표와 윤 의원이 했던 당선 소감을 다시 돌려드리고 싶다.

“무섭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책임을 다하겠다. 종로구 국회의원의 임무를 성심으로 수행하겠다”.(이낙연 당선인 소감)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씀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서초의 현안을 해결하고 나라의 앞길을 지키라는 주민의 뜻을 높이 받들어 노력하겠다”.(윤희숙 당선인 소감)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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