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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모 부부 물고문으로 숨진 여아...법원, 친모에 징역 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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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형 2년보다 형량 높게 선고돼
딸 학대 사실 알고도 별다른 조치 안 해
귀신 들렸다는 말에 오히려 동조하기도
재판부 "학대 방치 등 부모 책임 방기"
한국일보

초등학생 조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부부가 올 2월 17일 오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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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짜리 조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학대와 물고문 등으로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최근 중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피해자의 친모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학대를 방치하는 등 부모의 책임을 방기했다'며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유랑 판사는 16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1월 25일 무속인인 언니 B(34)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로 딸 C(10)양의 양쪽 눈에 멍이 든 사진을 전송 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B씨로부터 “애가 귀신에 빙의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복숭아 나뭇가지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복숭아 나뭇가지 한 묶음을 구입해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딸인 C양 사망 전날인 올 2월 7일 B씨와 전화 통화 과정에서 “파리채로 아이를 때렸다”는 말을 들었지만, 오히려 C양에게 “이모 손이 닿으면 안 고쳐지는 게 없다”고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다음날 B씨 부부에게 욕실로 끌려가 물고문당한 끝에 숨졌다.

B씨 부부는 지난달 1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쪽 눈에 멍이 든 것을 보고도 아이를 데리러 (언니) 집에 가거나 치료를 받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우려됐다'고 말하고 있으나, 멍 발견 시점은 (피고인 주변) 확진자 발생 이후 20일이 지난 시점이었고 밀접 접촉자도 아니었던 점에 비춰보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귀신에 빙의돼 자해한 것이란 근거 없는 믿음으로 학대를 방임했다”며 “더욱이 피해자에게 ‘이모의 폭행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이를 감내하게 한 점은 부모의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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