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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경제난에 다급해진 탈레반 "관대한 美, 총말고 돈 들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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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이 국제 사회에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아프간 재집권 직후 직면한 경제난의 심각성을 호소하면서다.

중앙일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 장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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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프간 헬만드주 주지사 탈리브 마우라위는 인터뷰에서 아프간이 경제 붕괴의 위기에 처했다며 서방국에 경제적 지원을 촉구했다. 탈레반의 탄생지로 꼽히는 헬만드주는 칸다하르주와 함께 탈레반의 정신적 고향으로 불린다. 마라우위는 이곳에서 20년간 미군과의 전투를 이끈 탈레반 주요 지도자로 통한다.

그는 “서방국은 (전쟁을 일으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죽였고, 아프간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면서 “이제 국제 사회는 인도적 차원에서 우리를 돕고 교육·무역·개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방국의 탈출을 막을 수도 있었다”며 “(그들은) 아프간을 평화롭게 떠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그들을 도왔듯, 그들도 우리를 합법 정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아프간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면,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마우라위의 발언에 대해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군대와 경제난을 떠안은 탈레반의 변화된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라며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자 총이 아닌 돈을 갖고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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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아프간 수도 카불 공원에 마련된 노숙자 캠프 거주자에게 빵을 나눠 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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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탈레반 외교 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비슷한 메시지를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은 “아프간은 전쟁으로 피해를 본 국가”라며 “교육·보건·개발 분야에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외교 수장이 기자회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타키 장관은 자신들이 미국의 탈출을 도왔다며 원조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마지막 사람이 대피할 때까지 미국을 도왔지만, 불행히도 미국은 우리에게 감사하는 대신 우리 자산을 동결시켰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관대함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국제사회는 아프간 지원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 이슬람개발은행 등의 지원을 요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은 지난달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에 성공하자 아프간으로의 자금 조달을 즉시 차단했다.

Fed는 아프간으로의 달러화 수송을 중단하고, 연방 중앙은행에 예치한 아프간 자산을 동결했다. 아프간은 자산 90억 달러 중 70억 달러를 미국에 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WB와 IMF는 아프간에 대한 대출 등을 중단했다. WB는 아프간에서 진행하던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손을 뗐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아프간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특히 현금으로 움직이는 실물 경제는 광범위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이미 아프간 공무원들의 월급은 몇 달째 밀려있고, 비정부기구(NGO) 철수와 함께 상당수 아프간 시민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시내 상점과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앞서 유엔(UN)과 국제사회는 아프간에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 이상의 지원을 약속했다. 단 2000만 달러(약 235억 원)를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는 탈레반이 어떻게 아프간을 통치하느냐에 달렸다며 인권 존중 등을 압박했다.

이날 무타키 장관은 UN의 긴급구호자금 지원 결정에 “환영한다”면서도 “아프간 내부 문제에 대한 간섭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여성과 소수 민족을 정부에 포함 시킬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문제”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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