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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1인당 90만원 ‘코로나19 치료제’ 논란에…뿌리는 약으로 기회 노리는 국내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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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먹는 코로나 19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큰 가운데 과도하게 비싼 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음은 알약./조선DB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약값이 1인당 9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 지침을 완화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와 공존)’를 시행하려면 일정량의 치료제를 비축해야 하는데, 이런 비싼 약을 국가 재정으로 대량 구입하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때문이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먹는 약보다는 편의성은 떨어지더라도 가격 부담을 낮춘 흡입형 치료제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가격 논란을 기회라고 보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늦지 않은 시기에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 편의성을 높은 치료제를 개발할 수만 있다면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셀트리온(068270)은 지난달 호주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미국의 바이오벤처인 인할론와 흡입형으로 개발하는 신약후보물질의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분자진단전문업체인 바이오니아는 신약 개발 자회사인 써나젠테라퓨틱스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두 회사가 개발하는 흡입형은 기존 천식치료제에서 사용되는 초음파 네블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이용해 코나 입을 통해 치료제를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흡입형은 먹는 알약과 비교하면 불편하지만, 네블라이져만 있으면 집 안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폐에 직접 치료제를 투입하기 때문에 항 바이러스 효능도 훨씬 우수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된다면, 전액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날(13일) 백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는 전액 국가가 지원한다”고 했다. 코로나19는 1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치료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정맥 주사로 투여하는 ‘렘데시비르’ ‘렉키로나’ 등 기존 항체치료제와 비교해 효능은 엇비슷하지만, 편의성 때문에 향후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머크(MSD)사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는 1인당 투약 비용은 90만원이 넘는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코로나19 치료제 구매 예산으로 362억 원을 편성했는데,이 예산으로는 우리 국민(성인 기준)의 0.01%인 3만 8000여명분밖에 사지 못한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가 도입되면,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운영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본다. 현행 코로나19 치료 체계에 드는 비용이 상당한 것을 감안하면 1인당 90만원의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흡입형도 ‘홈케어’ 형태가 가능하다”며 “자가치료가 가능한 형태라면 굳이 차이를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하는 흡입형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수요를 신속히 계산해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사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 국내 수요는 백신 접종률, 돌파감염 비율, 고위험군 비율 등을 감안해 추산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는 고열 등 전신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호흡기에 국한해서 치료제를 투입해서는 효과를 보기 힘들 수 있다”며 “결국은 먹는 형태의 약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 타미플루와 함께 GSK에서 액상 형태로 흡입하는 ‘리렌자’를 출시했지만, 타미플루와 비교해 시장에서 큰 반응은 없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MSD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는 짧게 닷새 동안 10회, 길게는 열흘 동안 총 20회까지 약을 복용해야 완치된다는 연구도 있다”며 “단순 편의성을 이유로 코로나19의 게임체인저라고 부르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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