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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해군, 성고충상담실이 공용시설에···성폭력 피해자 보호 '구멍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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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성추행 사망 사건' 해군 현장점검

성고충심의위·징계위원회 제한적 기능에

성희롱·성폭력 통계자료도 구축 안 돼

상담실은 공용시설 위치해 2차피해 못 막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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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 해군에서 피해자를 제대로 상담하고 보호할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실은 부대원 공용시설에 위치해 있었고 격·오지 부대 여군에 대한 상담도 3개월에 한 번 유선으로 이뤄지는 데 그쳤다. 징계위원회가 내부위원의 결정에 의존하는 등 앞선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던 것과 동일한 문제점도 발견됐다.

여가부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해군본부와 해군 2함대, 2함대 예하 사건 발생 기지를 방문해 성범죄 사건 관련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이번 현장점검은 여가부의 내·외부 성희롱·성폭력 전문가들이 해군2함대 관련 업무 담당자(지휘관·인사담당 부서장 등), 성고충전문상담관, 해당 부대원 등을 면담하고 서면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부대원들의 성 고충 사안을 각각 심의하고 징계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와 징계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성고충심의원회는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제한적인 기능만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피해자 보호조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 기회가 부족했다. 징계위원회는 외부위원에게는 의결권이 없고 내부 위원의 의견으로만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5월 발생한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의 현장점검 결과에서도 그대로 지적됐던 내용이다. 당시 여가부 현장점검 결과 공군 성고충심의위는 운영된 적이 없었고, 공군 징계위 역시 내부 위원 의견으로만 징계가 결정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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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군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현황 파악 및 원인 분석 등 통계자료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있었다. 앞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들 중 일부는 해군 단위의 재발방지대책도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사건 통계가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재발방지대책도 알맞게 수립할 수 있는데 통계부터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성고충전문상담도 피해자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도서 및 격·오지 부대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 기관에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상담관이 전입 여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기 상담은 전입 3개월 이내에 실시토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유선 상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담실의 위치도 문제였다. 해군2함대의 성고충상담실은 부대원의 생활복지시설과 함께 위치하고 있었다. 여가부는 "상담의 비밀성·안정성 확보가 어렵고 이에 따른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상담자가 외부 노출에 대한 부담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적합한 장소에 성고충상담실을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해군 측에 이번 현장점검 결과를 추후 수립할 재발방지대책에 반영하도록 요청하고, 향후 재발방지 대책의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경기도에 있는 해군 2함대 소속 A중사는 지난달 12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중사는 같은 부대 소속 선임인 B상사에게 지난 5월 식당에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A중사는 사건 직후 상관인 주임상사 1명에게만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지난달 9일 마음을 바꿔 정식으로 신고했다. B상사는 현재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B상사는 A중사를 성추행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따돌리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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