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역삼동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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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익일배송을 앞세운 자체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상품 위탁 판매 대신 직매입을 통해 배송이 가능한 물류시스템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기업 간 거래(B2B)시장에서 신사업 확장을 둘러싼 쿠팡과 소상공인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지난 7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편의점주협의회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단체들은 쿠팡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쿠팡 대책위는 "91.9%에 달하는 매출이 로켓배송을 앞세운 직매입 제품에서 발생하는 쿠팡은 사실상 온라인 유통 기업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시작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서비스인 '쿠팡비즈'가 논란이다. 쿠팡 대책위는 "MRO 분야는 대기업과 상생 협약을 맺은 바 있다"면서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상생 협약으로 지정된 업종에까지 진출하며 중소상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치로 약관을 시정한 '아이템위너' 시스템도 논란이었다. 아이템위너는 동일한 상품 중 가장 저렴하고 평이 좋은 물건을 대표 상품 판매자로 단독 노출하는 제도다. 쿠팡은 판매자의 상호, 이미지 등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조항을 약관에 뒀다. 이에 기존 아이템위너가 만든 이미지가 다음 아이템위너의 상품 홍보에 그대로 쓰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쿠팡은 콘텐츠 사용에 제한을 두고 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한 약관을 이달 1일부터 적용했다.
한편 쿠팡은 정부·지자체와 협업해 소상공인과 농수축산인들의 디지털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올해에만 40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조성해 지원한 바 있다. 또한 쿠팡은 올해 상반기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하는 소상공인의 매출이 87%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은 2010년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모토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등극했다. 무료로 플랫폼 입점을 허용하고 카테고리 내 음식점 상단 표출을 위한 광고비만 받으면서 업주와 상생하는 이미지 좋은 기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 서비스가 배달에 국한되지 않고 유통을 아우르는 'e커머스화'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2018년 3월 시행한 배달식자재 B2B 쇼핑몰 '배민상회'가 대표적이다. 배민상회는 업주들에게 식자재뿐 아니라 젓가락 같은 MRO 제품을 파는데 기존 업체보다 싼 가격에 제공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B마트'도 골목상권 침해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 B마트는 생필품처럼 소비자가 많이 찾는 상품을 직매입해 물류 거점에 보관했다가 주문한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다. B마트 취급 품목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의 판매 제품과 대부분 겹치는 탓에 우려의 시선이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유통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곧 매출 하락 등 여파가 닥칠 것으로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존 상권을 침해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배민 관계자는 "여러 종류의 물건이 진열된 매장을 찾아가 필요한 물건을 골라 사는 오프라인 시장과 필요한 물건을 인터넷·앱에서 배송받는 시장은 각기 장단점을 가진 다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전국적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 업체가 거래 중개를 넘어 B2B·B2C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 상생·협력 관점에서 바람직한지에 대한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영화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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