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반정부 암룰라 살레의 형 처형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카불에 있는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 강당에 모여 친 탈레반 연설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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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슬픔에 잠긴 9·11테러 전날인 1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판지와이 지역 장가바드 마을에서도 추모식이 열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지역은 9·11이 촉발한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친족 수십명이 사망했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 응한 장가바드에서 온 5명의 남성은 10년에 걸친 공습으로 49명의 가족과 친척을 잃었다고 말했다. 하지 무하마드 와지르는 네살 난 아들을 제외한 모든 직계 가족이 죽었다. 아들 4명과 딸 4명, 친척 2명이 미군의 총에 맞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군 로버트 베일스 상사는 16명을 사살했는데 그중 9명은 어린이였다고 한다. 가디언은 "뉴욕 쌍둥이 빌딩으로 향한 비행기에 대해 전혀 몰랐던 아프간인들이 미군에 의해 학살됐다"고 꼬집었다.
11일 아프간 대통령 궁에는 탈레반 기가 게양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는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탈레반의 공식 통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탈레반 측은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주 초 남성으로만 구성된 정부 요인 구성안을 발표한 바 있다.
11일(현지시간) 아프간 탈출 행렬로 혼잡했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탈레반기가 걸려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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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9·11 추념일이자 아프간에선 탈레반 깃발이 걸린 이날 아프간에서는 미국을 향한 두 갈래의 원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쪽에서는 미군에 학살된 사람들을 추모하며 탈레반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 치하 탈레반에서 적응한 사람들의 원망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버려졌다"며 급작스러운 미군 철수가 남긴 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인터뷰에 응한 카불의 젊은이들 대부분 "미군이 아프간 사람들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고 전했다. 잘릴 아미드는 "9·11 사건 발생 후 미국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20년 동안 우리나라에 머물렀다"면서 "그들은 20년 동안 이익을 취했지만, 우리는 아무 이익도 얻지 못했고, 나라는 혼란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탈레반 지지자 굴 아가 라금니는 "현재의 안전이 좋다"면서 "신이 탈레반에게 더 많은 힘을 줘서 지금의 고요함을 영원히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지 행사가 열리고 있는 카불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 앞에 무장한 탈레반 전사가 보초를 서고 있다.[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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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떠난 뒤 여성들은 집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지난달 인도로 망명한 32세 여성 빌랄 니마티는 "미국인들이 (아프간에) 왔을 때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모든 것을 다시 건설했다"면서 "나는 학교도 다니고 대학교도 다니고 여러 곳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그냥 숨어 있다. 숨이 막힐 것 같다"고 옵서버에 말했다. 가디언은 탈레반에 반대하는 여성을 비롯한 아프간인들은 미국에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9·11을 맞아 행진을 했다. 카불의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학교 강당에서 부르카를 입은 수십명의 여성들은 탈레반의 승리를 축하하는 대본을 낭독했다. 이들은 "(탈레반에 반대해) 떠난 여성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흔들면서 센터 부지 밖으로 행진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1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미국 대사관 바깥쪽 벽에 대형 탈레반기가 걸려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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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탈레반은 9·11 당일 탈레반기를 게양한 뒤 관련 성명은 내지 않았다. 탈레반은 이날 저항군을 이끄는 암룰라 살레 제1 부통령에 대한 보복으로 살레 부통령의 형인 오훌라 아지지를 처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의 홍보 매체인 알레마라는 "로훌라 아지지는 판지시르에서 교전 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살레 전 부통령은 지난달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자신이 대통령의 권한대행이라고 선언하며 아프간의 영웅으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와 함께 판지시르에서 ‘아프간저항전선(NRF)’를 조직하고 탈레반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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