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드론 공습 '오폭'이었나…"사망한 운전자, IS 아닌 美 협력자"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NYT "운전자는 43세 남성, 美 구호단체서 일해"]

미군 드론 공습을 받은 테러 의심 차량의 모습./사진=AFP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 의심 차량으로 지목돼 미군의 드론(무인 항공기) 공습을 받아 사망한 운전자가 미국 구호단체의 협력자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는 이 운전자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과 관련됐다는 미국 국방부의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오폭'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운전자 동료 및 가족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동영상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미군이 드론으로 공격한 차량에 폭발물이 존재했는지, 운전자가 IS-K와 연관됐는지, 2차 폭발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지난달 29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IS-K의 테러 의심 차량을 공습했다. 문제는 이 차량 안에 폭발물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미 군사당국은 "대규모 2차 폭발이 있었다"며 차량에 상당량의 폭발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 이 주장을 뒷받침만 할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NYT 보도에 따르면 드론 공습으로 폭발한 차량의 운전자는 제마리 아흐마디(43)다. 그는 2006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구호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했다.

공습 당일 아흐마디는 가족과 함께 살던 집에서 차를 타고 오전 9시쯤 출근했다. 이후 탈레반이 점거하고 있는 시내 경찰서를 찾아 난민에게 식량을 나눠줄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다. 오후 2시쯤 사무실로 돌아온 아흐마디는 빈 플라스틱 용기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후 상수도 공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아흐마디의 이같은 행적은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물로 가득 찬 물통을 차 트렁크에 실은 아흐마디는 동료들과 함께 차를 타고 퇴근했다. NYT는 미군이 아흐마디 차에 실려있던 물통을 폭발물로 오인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흐마디가 자신의 집 안뜰에 진입한 오후 4시50분쯤 미군은 공격하기로 감행하기로 결정했고, 곧이어 그의 차량이 폭발했다.

공습 이후 미군 관계자들은 더 큰 2차 폭발이 일어난 것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주 드론 공습과 관련해 "2차 폭발이 있었기 때문에 차에 폭발물이 있다는 합리적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NYT의 현장 조사 결과 2차 폭발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과 영상을 조사한 전문가들은 미사일 공격과 차량 화재에 대한 명백한 증거만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주변 벽이 무너지거나 날아가지 않았고, 초목도 훼손되지 않았다. 건물 출입문에는 움푹 들어간 지점이 한 개만 발견됐는데 이는 충격파가 하나였음을 의미한다.

영국의 안보 전문가인 크리스 코브 스미스는 "적절한 표적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된 정보나 기술에 대한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 공습으로 차량 운전자와 그의 가족, 친구 등 10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7명은 어린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관련 민간인 사망자가 3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흐마디의 자녀들과 조카들은 그를 마중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아흐마디의 형제인 에말은 "내 가족들은 모두 결백했다"며 "미국은 아흐마디가 IS라고 말했지만 그는 미국인을 위해 일했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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